PLATFORM-L LIVE ARTS PROGRAM 2023
Q1.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검은 발레슈즈, 검은 발가락을 뜻하는 'Black Toe' 무용단 예술감독 이루다입니다. 2008년 발레 베이스의 움직임으로 안무를 시작하였지만, 현재 장르 구분 없이 창작 활동을 하고 있고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나 사회문제를 다룬 〈디스토피아〉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Q2. 평소 다루시는 작업 주제가, 현시대의 위기의식이나, 환경 문제와 같이 현대인들의 비극적 관점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 중점으로 등장하는 주제의식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Q3.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Q2, Q3에 관해 동시 답변)
A. 2021년 초연된 〈디스토피아 1〉 은 COVID-19 펜데믹을 겪는 와중에 안무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환경문제로 시작되고 모든 원인은 인간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인간이 보여주는 이기심과 취하는 이익 구조 안에서 희생되는 것들, 인류의 존속까지 위협하는 환경오염,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기후재앙 등 인류가 저지른 파괴와 건설의 현실은 알면 알수록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디스토피아’라는 거대한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것은, 말 그대로 암울한 미래 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느꼈기 때문이었고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만들어 낸 우리의 비극적 현실 자체가 디스토피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과 시스템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응하기 버겁고 과연 앞으로의 세상에서 정상적인 삶의 영위가 가능할지 걱정도 앞서기에 이러한 위기의식을 작품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악행으로 인해 여러 사건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기고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오염 속에서 지구도 인류도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블랙토 ‘디스토피아’의 전체적인 컨셉입니다. 초연작에서는 환경문제와 인류멸망을 다뤘다면, 지난 해 두 번째 시리즈로 이어진 〈디스토피아 2 - Side Effect (부작용)〉에서는 새로운 질서와 변화로 재편되는 미래에서 인류가 발전과 진화를 위해 선택한 것들의 부작용을 표현하면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위기와 되돌아올 부작용을 예측해 보며 올바른 가치판단과 선택은 무엇인지 질문하려 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며 예측해 본 어두운 미래와 비현실의 유토피아를 대비적으로 표현하여 블랙토만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확장을 눈여겨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초연부터 주된 소품으로 등장했던 비닐 인간은 껍데기 같은 허물의 형태이지만 우리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므로 비닐 인간을 따라 극의 흐름을 유의 깊게 보시면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Q4.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과 퍼포머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기획을 많이 하시는데, 그 아이디어의 근원은 무엇이며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눈으로 보기만 하는 공연이 아닌, 관람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이 곧 작가가 되고 작품을 진행하는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감상자이자 참여자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창작자가 단순히 문화생활 향유의 기회를 주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의 자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예술을 더욱 친숙하게 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21년 초연된 디스토피아에서는 주된 주제였던 ‘쓰레기’를 활용하여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디스토피아 속 쓰레기의 의미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뿐만 아니라 쓰레기 같은 부조리한 인간, 일회용품처럼 소모품 취급당하는 인간도 포함됩니다
공연 전 극장 로비 내 매표 과정에서 페트병 쓰레기를 배부하고 하우스 오픈에 입장한 관객들이 무대 위 봉투에 페트병을 버리는 행위를 하면서 특정한 누군가의 횡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일하게 행하고 있는 일이 앞으로 어떤 재앙으로 돌아올것인지 함께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객참여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무대 세트와 소품, 의상에도 페트병, 일회용 컵, 비닐을 활용했고 9명의 출연자들도 각자 가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무대 세트 제작에 동참했습니다. 저희는 쓰레기로 병들어가는 바다, 미세플라스틱과 비닐을 먹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떠올리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중앙 통로에 700여 개의 페트병을 매달아 ‘플라스틱 커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 커튼은 편리함 뒤에 감춰놓고 외면하고 있는 문제를 의미하기도 하고 인간이 건설한 플라스틱 세상의 상징성이며 그 속에서 병들어 가는 생명체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Q5.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올해로 블랙토 창단 10주년을 맞아 이번 하반기에 흥미로운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예술의 형태와 의미가 바뀌듯 공연의 형식도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장공연 뿐만 아니라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복합예술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관객을 기다리기보다 접근성이 좋은 시스템을 이용해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협업과 형식을 깬 복합적 퍼포먼스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루다 Luda Lee
공연
《디스토피아 3(DYSTOPIA)》
2023.08.19(토)
1회차 17:00
2023.08.20(일)
2회차 14:00
3회차 17:00
플랫폼 라이브(B2)
PLA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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