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통해 누군가가 떠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구나'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 사람은 나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그저 가끔 마주치기만 하는 정도의 사이인데도 어째서인지 마음 한 구석이 헛헛했다. 평소에 다른 이들을 통해 자주 이름을 들어서 그랬을까, 또는 그들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내가 사는 곳은 후진국이기에 머무는 사람보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떠난다는 소식에 낙엽처럼 내 마음이 우수수 떨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겁이 났다. 정착하는 사람보다 떠나는 이들이 많기에 모두가 떠나면 언젠가 이 땅에 나 혼자 남을 것만 같아서.
익숙하지만 영원히 내 나라는 되지 않을 이 곳에서 나는 오늘도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 남겨진 자의 몫은 떠난 이들을 대신하여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떠났던 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내 머릿속에 불쑥 불쑥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