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을 탈출한 지도 벌써 7년째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헬조선을 탈출한 것에는 후회가 없다. 몇 가지를 제외하면. 하지만 나는 해외 이민에 대해 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해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해외 이야기들은 읽고 보는 것만 해도 저절로 행복이라는 감정이 충족된다. 그들의 글을 읽으며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나도 모르게 또 다른 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그곳에 가면 더 나아질까. 내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패기 있게 도전하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겁쟁이만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햇살이라면 나는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해외의 삶이 반드시 행복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아니라는 것을.
해외는 여행이 아닌, 내 삶의 배경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뀐다.
신기했던 피부색도, 귓가에 들리는 낯선 언어도,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은 널찍한 공간도 모두 익숙해진다. 그때부터 더는 해외가 날 행복하게 하는 장소가 되지 않는다. 환상에 젖었던 시선은 깨지고 마음은 냉정해진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이었다면 전혀 의식하지도, 개의치도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내 옆구리에, 내 얼굴 정면에 훅훅 들어온다.
사람에 따라 해외에서의 삶이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전적으로 나는 후자다. 한국에서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외에 나와서 살아서 완전히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국에서의 삶보다 지금의 삶이 조금 더 단순해지고 심리적으로 편해졌을 뿐이다. 한국에 살면서 느낀 힘겨움보다 해외에서 겪는 어려움이 더 낫기에 이곳에 살고 있을 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느낀다. 헬조선 탈출이 반드시 정답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곳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있다. 다만 그 장단점들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에, 나라를 통해서 내가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겪는 단점보다 해외에서 겪는 단점을 내가 더 견딜 수 있다면 해외에 사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한국에 사는 것이다. 해외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 사는 장소이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코로나를 통해 알게 되었듯이 선진국이라고 너무 좋지도, 후진국이라고 너무 나쁘지도 않다. 해외에서 살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살면서 더 깨닫는다.
이 브런치는 그것에 대한 기록을 하나 둘 꺼낼 예정이다.
해외생활, 해외 이민에 행복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특히나 나같이 특출한 능력 없이 그냥 길에 치이면 보이는 평범한 여자 1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