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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Nov 04. 2024

마지막 인사는 해야지

베놈:라스트댄스

이별은 늘 아쉽다. 물론 속 시원한 경우도 있지만.

작별은 늘 씁쓸하다. 물론 속 시원한 경우도 있지만.

결국 이별과 작별은 속 시원할 수 있지만 아쉬움과 씁쓸함을 남겨둔다. 사전적인 의미의 차이라고는 인사를 하고 떠나는 작별. 그냥 갈라진다는 이별. 인사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일까. 이별보다 작별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떠나보내는 이의 멀어지는 모습을 향해 손 흔들어 인사를 건네다 보면 뭔가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느낌) 흔히 이별 뒤에 만남이 있다고 하지만, 작별 뒤에는 재회라고 말하고 싶다고나 할까.


이별보다 작별이 따뜻할 수 있는 이유인가.



개봉 때마다 실망을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가 너무 올라간 상태였거나 캐릭터나 등장배우에 대한 애착 때문. 그 모든 것이 일치했을 때 그 영화의 기대치란 하늘을 뚫고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간다.


베놈 시리즈가 그랬다.


우주로 보낸 기대치에 반응하듯 심비오트가 지구로 도착해 개봉을 했던 베놈 1은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름의 흥미는 유지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심심치 않게 티비에서 방영해 줄 때 채널이 멈추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베놈 2가 나왔고, 카니지라는 빌런이 우주에 정처 없이 떠돌던 기대치를 저 멀리 은하계로 로 보냈다. 씁씁- 거리며 아쉽다며 영화관을 나오던 그날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 기대치는 은하계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며 잊혀지고 있었더랬지. 시간이 흘러 애정하던 마블시리즈의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편을 챙겨보며 몽글몽글한 마음 다 잡으며 베놈:라스트댄스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떠돌았던 기대치를 찾기 시작했다. 


베놈의 마지막이라는데. 그리고 톰 하디의 마지막 베놈이라고 하니 안 볼 수 없잖아. 매번 실망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에는 실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모든 일에 실망하지 않을 방법은 간단하다. 기대라는 것을 안 하면 된다. 이 '기대'라는 것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만, 때로는 실망이라는 무서운 파도가 휘몰아치게 만드니. 허나 선택은 자유다. 기대해도 좋고, 기대하지 않아도 좋고. 

아... 아이엠... 베... 베...(놈).... 베... 놈. (영화 베놈:라스트댄스 '포토')

마블의 최고 작별 인사.


'아이엠 아이언맨...'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명대사이다.


베놈마저 인사를 하다니. 손 흔들어주며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보니, 이 영화 볼만하다!

생각해 보자. 다시는 못 본다는 마음으로 베놈을 만난다면 이 영화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고 오늘 내가 쓴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베놈:라스트댄스는 그렇다. 나와 같다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보시길 추천드린다. 작별을 하기에 충분했다 생각이 든다. 관대하다 생각할 수 있다. 평점이 대략 말해주긴 하지만, 난 내가 보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Good Bye Venom. (영화 베놈:라스트댄스'포토')

 *2개의 쿠키를 기다리는 동안 흘러나온 노래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통 영어로 올라오는 크래딧을 보며 한국 사람은 없나 하며 요리조리 안구운동을 하다 보면 마지막 쿠키까지 보고 엉덩이를 떼어냈다.


몇 년을 고생한 톰하디의 베놈에게 박수를 보내며-

재미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실망했다고 말하진 않겠다. 이별이 아니라 작별 같으니 혹시나 재회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색하지 않게 다시 웃으며 만나려면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하는 법. 이별보단 작별을 선택한 나에게 칭찬하며. 다시 한번 고개 돌려 인사한다.


Good Bye. Venom.




다시 만나는 날에는
한없이 화창했으면 해.
언제나 화창한 날에는
우리가 다시 만난 날로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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