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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Oct 23. 2024

청춘이 청춘에게

아니 근데 몇 살까지 청춘이야?

푸르른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날 같은 시기. 우린 그것을 '청춘'이라고도 부른다. 그런 시기를 어느 시절까지 봄이라 불러줄 것인가. 아니면 나는 언제까지 청춘이라 외치고 다닐 수 있을 것인가. 모호한 나이라고 느껴지는 요즘. 정보의 바다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청춘'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잔인하게도 나이에 선을 긋고 명확하게 기준선을 정해주며 답을 던져준다. (강속구로.)

그럼 난 이제 청춘이 아니다.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 나이로는 30살까지라는데.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사전적 정의를 올바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하나도 바로 나.

아직은 청춘이라 고집부리는 걸로 봐선 확실히 청춘이 맞는 것 같다. 


올해 몇 살이지?

나이를 대뜸 물어보는 지인들과의 근황토크에 서로의 나이를 듣고 보고 흠칫-놀란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위에서는 좋은 나이라고 하지만 아래에서 느껴지는 눈빛은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생 선배를 우러러보는 듯하다. 아직 청춘인데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하고 써 내려가자면, 난 아직 청춘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조금 나이 든 사람의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 엄밀히 말하면 이건 그저 청춘이 청춘에게 말하는 푸념정도? 어쩌면 내가 나의 지난 20대에게 외치는 옥상위 고백 같은 것.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하곤 한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인 건지, 혹은 과거가 너무 즐거웠던 건지. 아니면 과거부터 바꾸고 싶은 거일 수도. 그럼 나의 어린 청춘이 행복으로만 가득할까. 어디까지나 이루어질 수 없는 철없는 상상일 뿐이다. 시절로 나눠 상상해 보자.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로 돌아간다 생각해 본다면 더 격렬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고 싶다. 게을리 살지 않았다고 자부하면서도 노는 것에 게을렀던 나의 지난 시절에 살짝- 꿀밤 한번 먹인다. 달콤한 고통이 혀끝을 지나 나이를 삼켜내면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험난하고 답답했다. 그럴 때면 산을 가거나 땀을 흠뻑 내며 뛰곤 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잡생각을 줄인다면 조금은 뱉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이건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 중 하나이다. 


청춘이 아닌 어린이 시절이라면? 분명 행복했을 텐데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을뿐더러, 최근 받은 스트레스라는 먹구름이 행복을 자꾸 가린다. 후-하고 입김한방이면 사라질 것들이 말이야. 어디서 대단한 척 무서운 척 나의 청춘을 뒤덮는 건지.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도전은 늘 아름답고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이기에. 후회를 최소화했으면 한다. 어쨌든 후회할 건데, 기왕이면 리스크가 적을 수 있게 약간의 후회 정도만 하는 걸로. 나의 남은 어른청춘에게 말하는 중이다. 오해말길.(잔소리 아님)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잘 삼켜내는 편이기에 오장육부 어딘가에 잔뜩 쌓여 썩고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런 성향 자체를 바꾸기에는 쉽지 않은가 보다. 스스로의 건강이 뱉지 못한 말로 인해 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 다른 생각의 전환으로 맞서 싸우는 중이다. 원래 봄은 딱딱하게 굳은 땅과 세차게 꿈틀거리는 새싹과의 싸움 아닌가. 그래서 청춘이 아름답고 강렬한 것! 열심히 포장 중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싫은 말 못 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받고 몸부림치고 억지긍정으로 정신승리 중이라는 걸 장황하게 풀어 말한 것이니까. 결국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삼켜냈다.


그럼에도 글을 써 내려가는 청춘의 푸념이 제법 배출이 잘 된 것인지 이내 배고파진다. 이 맛에 글을 쓰는 것도 있다. 소화제 같다고나 할까? 


이제 얼마나 남았지?

앞두고 있는 공연 날짜보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삶에 물어본다. 도대체 난 얼마나 남은 것일까.

미리 좀 알려주면 좋으련만. 알 수 없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나를 제외한 모든 청춘들에게 말한다. 우리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서두르세요. 더 놀라운 건 오늘도 벌써 오후예요. 그럼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올 거거든요. 그럼 또 아침이 오고 방금 말했던 오후가 와요. 이것 봐요? 참 빠르죠? 알고 보면 찬란하게 눈부신 청춘이란 것은 매우 빠르답니다. 자, 움직여봅시다. 아! 혼잣말이니까 너무 귀담아듣진 마시고요. 


그러니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즐거운 하루입니다. 



나의 어른청춘이 어린 청춘에게
나의 어린 청춘이 어른청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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