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하루 Feb 21. 2024

회사원 예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 여러 번 바뀌었다. 작가, 아주 잠깐 법조인, 건축가, 그리고 교수. 회사원이 장래 희망이었던 적은 없었다. 대학 4학년 때 다니던 대학에 처음으로 교환학생이라는 제도가 생겼고, 학교도 나도 아무 생각이 없어서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에 호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신나게 놀고 여행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대학원 시험, 취직 시험 시즌이 다 끝난 뒤였다. 대학원을 가려면 1년 뒤에나 지원이 가능한데 계속 공부만 하기는 싫으니 잠깐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회사에 들어갔고, 회사원에 대해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던 것에 비해서는 회사원 생활이 괜찮은 것 같아 그렇게 시작한 회사 생활을 24년 동안 했다. 그것도 처음 그때 별생각 없이 택한 직종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사회생활 초반에는 한의사를 해볼까 생각도 잠시 해보고, 법조인이 될걸 그랬나 후회도 해보았지만, 회사 생활은 꽤 평탄했고 만족스러웠다.


특별히 회사원을 희망하지도 않았으면서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닌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 때 회사원이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나 연예계 등 내가 범접할 수 없는, 혹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스타가 탄생되는 그런 분야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다. 안타깝게도 회사원의 좋은 점들이 대부분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와 이어지기도 하지만 일단은 좋은 이야기만 해보자.

  

     회사원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인이다. 회사에도 각자 전문 영역이 있지만 타 부서와의 협업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갈지 어떻게 보면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울 수 있다.   

  

     회사원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 항상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만큼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딱히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더라도 말이다.     

  

     더 높이, 더 멀리 꿈꿀 수 있다.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임원이 될 수도 있고, 글로벌 회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혹은 글로벌 인재와 일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뛰어난 사람들의 경우 보통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 퇴직한 후 자영업을 시작했다 망한 케이스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회사 업무라는 것이 대부분 사회 전반 이슈나 경제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의 경험이 퇴직 후 다음 단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어도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회사에서는 상사든 후배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다. 운이 좋다면 친구나 가족보다도 더 의지할 수 있는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사람들과는 잘하면 평생 인연을 이어갈 수도 있다.    

   

얼마 전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적극적으로 구직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가 예전에 회사원이 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복잡하다. 다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회사원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직업이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자부심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