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의 공유, 강의를 통해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세계 최고의 강사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들은 세계 최고의 강사료는 시간당 무려 15억 원에 달한다. 누군가에겐 한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액수의 돈을 단 한 시간의 강연으로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경이로운 기분이 들기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과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경제학 이론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을 듣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이러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나 인사이트 등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싼 강연료를 기록하는 강의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유명가수의 공연이나 인기 있는 연예인의 쇼를 보기 위해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적어도 나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여) 대형 공연장이나 스타디움을 찾는다. 우리의 청각과 시각 기관을 향한 자극을 통해 느끼는 감각적인 즐거움에 더해 그 안에 담긴 스토리와 메시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마음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공연이나 예능 쇼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자가 되는 방법, 주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소통의 기술, 내가 하는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기법 등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한 인사이트를 강의나 강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강의와 강연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쯤에서 그렇게 비싼 강연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질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시간당 15억 원의 강연료를 받은 강사는 우리가 누구나 아는 바로 미국 전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그가 보인 언행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녹여진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적어도 이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강연의 내용에 (강연료나 수강료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 단순하게 생각해 트럼프의 강연에 대해 개인들이 생각하는 적정 수강료에 강연 참가 의사를 가진 사람들의 수를 곱하여 계산하면 시간당 15억 원의 강사료는 어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액수일 수도 있다.
물론 강의나 강연은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볼 수도 있다. 강의나 강연은 평범한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고, 경제적인 가치를 품고 있는 콘텐츠(지식과 경험) 보유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세상 일로 단정 지어버리고 나는 강의나 강연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우리는 계산하기도 힘든 기회비용을 버리고 있는 셈이다. 강의나 강연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일, 우리가 보는 현상들 속에서 남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새롭게 구성된 인사이트(통찰력)로서의 지식과 지혜를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행위이자 과정이다. 따라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러한 통찰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 통찰을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면 내가 가진 전문성은 아쉽게도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전문 분야로 세분화되어 세상을 위한(적어도 우리 조직을 위한) 가치를 만들고 있는 우리의 ‘일’에 미안하지 않은가!
여기에 우리가 강의 역량을 키워야 할 이유가 숨어있다.
첫째, 우리의 전문성에 대한 후광효과(Halo Effect)다.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업무 경력을 쌓으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성과 업무 역량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때 더 높은 가치가 만들어진다. 내가 아무리 노래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산에 혼자 올라가서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만 부는 방구석 싱송라(싱어송라이터)라면 그 누구도 나를 노래 전문가로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노래를 여러 채널을 통해 들려주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창법과 음색으로 자신감 있게 선언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어필한다면 최고의 인기가수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노래에 대한 전문성은 산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던 시절에 비해 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업무 전문성도 역시 그렇다. 나의 업무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실제 전문성 레벨에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어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느냐의 정도가 곱해져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의 전문성 레벨 지수가 90인데 강의력으로 대표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20이라면 A에 대한 전문성 평가 지수 1800(=90X20)이 된다. 그런데 B라는 사람은 전문성 레벨 지수가 70이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30이라면 B의 전문성 평가 지수는 2100(=70X30)이 되고, 전문성이 70인 B의 평가 지수는 전문성 레벨 지수가 90인 A보다 높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전문성 레벨이 1,000인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0이라면 전문성 평가 지수는 0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전문성과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곱하기 요소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것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나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강의력이 필요한 이유다.
설민석이라는 유명 한국사 강사를 잘 알 것이다. 입시 학원가를 넘어 영화 마케팅 채널과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사라는 전문 콘텐츠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의 강의는 그를 한국사 전문가로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가 밝혀온 대로 그는 한국사를 전공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학부에서 연기를 전공했던 인물이다. 한국사만 평생 연구한 학자들이 보면 허탈해 할 수도 있겠으나 설민석 강사의 강의력은 대중들이 그를 한국사 전문가로서 높게 평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그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흥미롭고 유익하게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재연해 낸다. 한국사학자들의 눈에는 그의 한국사 전문성 지수가 50일지라도 대중들에 대한 그의 높은 강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곱하면 한국사 전문가, 나아가 역사 전문가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어찌 보면 당연한 후광효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강의 역량을 키워야 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다. 어찌 보면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였던 후광효과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경제와 산업의 발전, 사회의 복잡성 증가에 따라 사람들의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세분화된 전문분야가 만들어내는 가치 파급력과 희소성, 대체 불가능 정도 등에 의해 이 전문분야에 대한 경제적 보상 수준이 달라진다. 이런 전문분야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 중 의사와 변호사가 있다. 이 직업이 높은 보상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남다른 지식과 경험에 대한 낮은 대체 가능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아직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문분야의 희소성이나 대체 불가능성이 많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 수가 많아지고, 변호사 수도 많아지기도 했고 이들이 수행하던 전문 업무 분야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의학적 의사결정과 판단, 변호사들의 법률적 조언 등의 70~80%가 AI의 딥러닝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풀어야 할 것은 이권과 관계한 정치적 문제뿐)
그래서 변호사와 의사들도 본인들의 전문성을 알리고 어필하기 위한 활동들을 추가적으로 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강연이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의사나 변호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전문성을 알리는 활동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닌 우리도 마찬가지다.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는 내가 가진 남다른 능력과 성취를 인정받기 위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남들보다 먼저 그 내용의 전문성에 대한 선점을 해야 승진도 더 빨리 할 수 있고, 업무 성과에 따른 보너스 등의 인센티브도 보상받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것도 남에게 나의 지식과 경험, 통찰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선언하듯 알리는 강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현대 경제에서 더 높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요소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지금부터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 전문성을 누군가에게 통찰력을 담은 지혜로 바꾸어 전달하다 보면 미국 전직 대통령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높은 강사료, 강연료를 받는 강사가 될 수도 있을지.
<세 줄 요약>
1. 세계 최고의 강사료는 시간당 15억 원
2. 강의를 잘하면 내 전문성 평가가 배가됨
3. 강의만 잘해도 내 몸값이 올라감(돈 많이 벌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