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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Aug 19. 2022

한 뼘 동화 20

비밀 2

우영이는 우물쭈물 거렸다. 목에 국어책이 걸린 것 같았다.

"켁켁!"

한별이가 다가와 우영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책 먹은 거 맞지?"

우영이는 기침 때문인지 눈물이 고였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핑곗거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뭘 먹어?"

뒤늦게 교실에 들어온 무율이가 되물었다. 옆에는 서린이도 있었다.  서린이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 주었다.


물을 마시자 우영이의 기침이 겨우 진정되었다. 넷은 책상을 붙여 모여 앉았다.

우영이는 결심한 듯 말했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영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난 사실 종이를 먹어. 아니 종이 먹는 걸 좋아해. 하지만 이건 비밀이야. 너희들이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어!"

우영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난,  난 말이야..."

제일 먼저 입을 연건 한별이었다.

"초를 먹어. 불 붙이는 초 알지? 그걸  많이 먹어."

우영이는 놀라눈으로 한별이를 쳐다보았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별이는 가방에서  색색의 생일 초를 꺼내었다.

"생일 초가 가장 맛있더라고."

한별이는 생일 초를 오독오독 맛있게 씹어 먹었다.

"사실 나도..."

이번에 서린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지우개를 먹어. 쫄깃쫄깃 하니 맛있거든. 난 껌보다 지우개가 더 좋더라."

서린이는 지우개를 뜯어 껌처럼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우영이, 한별이는 서린이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와! 너희들..."

한참을 가만히 있던 무율이가 큰 소리를 내었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걸 먹어?"

무율이의 표정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우영이가 물었다.

"우리가 이상하지?"

"아니, 특별한데! 사실 난 방귀 냄새 맡는 거 좋아하거든."

"뭐? 방귀?"

"응, 방귀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단 말이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무율이를 보고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방귀도 특별하네."

무율이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그렇지? 하하하하하."

조용했던 교실이 한동안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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