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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조이 Dec 22. 2022

우리가 캠핑에 미치는 이유

캠핑은 힐링이다.


우리가 처음 캠핑을 시작한 건, 연애를 할 때였다.

사귄 지 3년쯤 됐을 때였나, 그 당시 갑자기 캠핑 붐이 일어서 여기저기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마트에 캠핑 용품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여름휴가로 올해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찰나, 마트에서 파는 텐트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 내가 먼저 캠핑을 제안했다.


"우리 캠핑 갈래?"

"그래, 좋아! 캠핑!"


그때도 우린 척하면 척이었지.


캠핑이라곤 어렸을 적 학교에서 했던 부자 캠핑밖에 안 해본 나와,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 아빠를 따라 놀러 가서 그늘막 같은 걸 치고 프라이팬에 삼겹살만 구워 먹어본 남편.

캠핑에 캠 자도 모르던 우리 둘은 그 당시 홈플러스에서 파는 캠핑 용품을 즉흥적으로 구입하고 강원도 영월로 훌쩍, 2박 3일의 캠핑을 떠났다. 첫 캠핑이면서 무슨 배짱으로 2박을 예약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기만 하다.


첫 캠핑의 추억



이틀 내내 비가 오고, 텐트에 물이 들어올까 봐 근처 철물점에 가서 두꺼운 비닐을 사와 텐트에 덮으면서도 걱정보다는 웃음이 났던 그때.

리조또를 해준다던 남편이 비주얼을 진짜 개밥처럼 만들어서 주었지만 맛있다며 싹싹 비우던 그때.

아무것도 안 해도 심심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둘이 서로 좋아죽었던 그때.

그 모든 게 사랑의 힘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첫 캠핑 후 우리는 캠핑 용품들을 하나둘씩 늘려가며 시간이 날 때마다 캠핑을 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우리 둘만의 집을 짓고 소꿉놀이하듯 함께 밥을 해먹고,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드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결혼을 하고 첫째가 태어났다.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캠핑을 가고 싶어 몸이 아주 근질 근질 했다. 참고 또 참다가 첫째가 120일정도 되던 그 해 여름, 밤에 통잠을 자기 시작한 아이를 믿고 아이와의 첫 캠핑을 감행했다. 아마도 첫째가 그 당시 최연소 캠퍼였지 않을까.


아들의 첫 캠핑


캠핑 용품만큼이나 많은 아기 짐을 챙기고, 그 자그마한 아기를 데리고 어떻게 가능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때는 아기와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이 그저 좋았을 것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있고, 텐트에 쪼그려 앉아 분유를 먹이고, 설거지 가방에 아이를 씻기면서도 힘든 것보단 행복감이 더 컸던 그때.




캠핑과 함께 첫째는 자라났고, 이어서 둘째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둘째는 9개월쯤 첫 캠핑을 했다. 아기 띠에 대롱대롱 매달려 옆집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한 첫 캠핑. 둘째도 역시 캠핑과 함께 자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딸의 첫 캠핑 (가운데 사진)



그렇게 첫째가 열 살, 둘째가 아홉 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12년 차 캠퍼가 되었다.




한때는 매주 캠핑을 가기도 했고, 캠핑을 못 간 주에는 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홈 캠핑을 할 정도로 우리는 점점 캠핑에 중독되어 갔다. 둘이었을 때도 좋았지만, 넷이 되니 더욱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진 캠핑 라이프. 오토캠핑에서부터 미니멀 캠핑, 차박캠핑, 백패킹까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정말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다닌다고 하면 “애들 데리고 힘들지 않아?“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물론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힘든 적도 많았다. 텐트를 치는 동안 심심하다고 징징댈 때나, 매끼 아이들 먹을 것을 따로 만들어야 했을 때나, 잠자는 환경이 바뀌어 한참 동안 잠을 못 이룰 때 등등

하지만 아이들은 캠핑을 다니면 다닐수록, 그리고 커갈수록, 자기들만의 놀이를 만들어 하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가 놀아주지 않아도 방방에서 하루 종일 놀거나, 옆 텐트 친구를 사귀어 놀거나, 집에서 가져온 책이나 놀잇감 또는 자연 속의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가지고 끊임없이 놀고 또 놀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닫고 그 속에서 밝고, 건강하고, 순수하게 자라났다.



최근에 아이들에게 캠핑이 왜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캠핑 가면 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도 먹고, 평소에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아”라는 아이들의 대답.


캠핑을 가면 집에서 엄마가 잘 못하게 하는 요플레 손으로 먹기, 슬라임 놀이, 물감으로 난장판 만들기, 쿵쿵대며 뛰어다니기, 이런 것들을 맘껏 할 수 있고, 엄마의 맛없는 요리가 아닌 아빠의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고, 엄마 아빠와 다같이 잠잘 수 있어 좋은 아이들.

아빠가 하는 것을 보며 같이 따라 해보고, 도와주기도 하면서 아이들도 이젠 자기 의자쯤은 뚝딱 펼칠 수 있는 캠퍼가 되었다.


나 또한 캠핑을 가면 마음이 태평양같이 넓고 너그러워져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무조건 오케이! 가 되어 잔소리도 사라지고, 집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쉬고, 더 많이 자고, 근심 걱정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 무엇보다 남편이 다~~ 해줘서 그게 제일 좋다 ㅎㅎ 밖에서는 원래 남자가 하는 거지! ㅎㅎ


남편은 캠핑을 가면 매번 새로운 별장을 갖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텐트를 치거나, 요리를 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끼고, 캠핑 용품을 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도 정말 재밌다고 한다. 또한 남편은 주말에 일이 아닌 다른 곳에 에너지를 써야 일상이 회복되는 스타일(극 E)인데 캠핑을 통해 다양한 지역, 환경을 경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니 예민해서 캠핑장에서 잠도 잘 못 자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거겠지.

무엇보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이 좋게 남아있어, 아이들과도 함께 나누고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어서가 제일 큰 이유라고 했다.


그건 나 또한 그렇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캠핑이라는 것을 통해 함께 즐겁고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아이들이 컸을 때 함께 캠핑했던 날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간직해 주길... 살면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힘이 되어주길 그저 바랄 뿐이다.



다 같이 모여앉아 불멍을 하면서, 평소에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들이 우리 가족을 지탱해 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때론 힘이 들고 짜증이 나더라도, 함께 하면서 웃고 떠들고 마음을 나누며 더욱더 끈끈해지는 우리 가족.


우리만의 집을 지어,

쏟아지는 별을 보며 함께 웃고,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함께 웃고,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함께 웃고,

별거 아닌 것에도 신기해하며 또 함께 웃고,

더위에 지쳐보기도 하고,

추위에 떨어보기도 하고,

텐트 칠 때 맺히는 땀방울을 서로 닦아주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캠핑.

힐링 그 자체인 캠핑.


이러니 미칠 수밖에.



우리의 캠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아이들이 커서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는 때가 오더라도, 넷에서 다시 둘이 되더라도, 망치질할 힘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캠핑은 우리에겐 그저 삶, 그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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