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문고

by 진선

교환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내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한국의 장소는 집도 학교도 아닌 광화문이다.

그중에서도 광화문 도심 지하에 위치한 교보문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교보문고로 유명하다.


튀빙겐에 오기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몇 번 갔었다. 몰려드는 일에 치여 한계가 올 때마다 무작정 5호선 열차를 잡아타고 광화문역에 내렸다. 공사 중인 출구 앞에서 헤매다 겨우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책 보다 먼저 날 반기는 것은 형형색색의 장난감과 문구들이다. 유혹을 겨우 뿌리치고 그들을 지나치면 가지런히 정리된 책 가판대들이 보인다.


괜히 몇몇 책장들을 한두 장씩 넘겨보게 된다. 혹시라도 좋은 책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진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개는 흝어보기에서 그친다. 예전에 수능 지문에서 읽었던 '책 목차 확인하기' 스킬만 열심히 시전 한 후 자리를 뜬다.


그렇게 모퉁이 스타벅스에 다다르면 매의 눈으로 빈자리부터 찾는다. 교보문고 안에 있다는 것 말고는 메뉴도 인테리어도 평범한, 오히려 지하라 좋은 전망은 다 포기한 이 스타벅스는 매번 사람이 많다. 문득 이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으러 온 건지 나처럼 분위기를 즐기려 온 건지 궁금해진다.


싱글라이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 빈자리나 비집고 들어가 앉을 수 있다는 것. 매장을 한 바퀴 돌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앉아서 짐을 내려놓고 휴대폰으로 스타벅스 앱을 켠다.


마음이 평온한 날에는 카모마일 차 한 잔을 시킨다. 지갑 사정이 비교적 여유롭고 조금 지쳐있는 날이면, 보복 소비심리가 발동 돼 자바칩 초코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메뉴가 준비되길 기다리는 동안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신문사 작업에 돌입한다.


그때 당시에는 신문사 작업이 가장 쌓여있었다. 오리엔테이션 피피티 자료도 급했지만 디자인 작업에서 오는 고뇌는 다소 과격한 리액션을 동반하기에 집 밖에서는 잘 꺼내지 않는다. 총 열네 명의 기자와 각각 세 개씩의 기사. 그중에서도 내게 배정된 3분의 1의 작업량. 수습기자들이 쓴 기획회의안들에 고작 2년 남짓의 경험치로 열심히 훈수두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있다.


출출해질 때쯤 노트북을 닫고 서점을 나선다. 나가는 길에 앞서 지나쳤던 책들과 문구들을 미련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렇게 다시 광화문 길거리로 나서면 바삐 돌아다니는 직장인들이 보인다. 슬프면서도 약간은 부러운 묘한 감정으로 그들을 지나쳐 걷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글귀가 적힌 바위들도 지나친다. 산책 삼아 동네 한 바퀴 뱅 돌아 걷다 보니 가까운 지하철역이 멀다.


어쩌면 광화문 교보문고의 매력은 이런 모순적인 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온갖 직장이 모여있는 치열한 도심 속에서 책 한 권, 예쁜 달력 하나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섬. 기사 교정이 잔뜩 밀려도 책과 차로 틈새힐링을 하겠다는 내 일념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힐링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르는 것일 테다.


책 구경, 사람 구경하기 좋은 광화문에 조만간 다시 걸음이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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