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 Aug 06. 2021

성공적인 실패

트위터 ‘플릿(Fleet)’ 서비스 실패기

20년 11월 트위터가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플릿(Fleet)이라는 서비스인데, 기존 트윗은 포스팅하면 계속 유지되고 퍼져나가는 것과 다르게 플릿은 포스팅이 24시간동안 유지되고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스냅챗에서 시작되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Ephemeral 컨텐츠, 즉 24시간정도의 일정 시간만 유지되고 사라지는 short-lived 컨텐츠 대세에 트위터도 탑승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약 8개월간의 서비스 운영 끝에 서비스는 8월 3일 공식 종료되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의 단종과 서비스 종료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실패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감추고, 새로운 성공 아이템이 나오면 그 성공 스토리만을 홍보하기에, 제품과 서비스를 담당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우리가 이런 실패를 알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트위터는 플릿 서비스가 처음에 왜 출시되었고, 또 어떻게 실패했는지 모든 여정을 담담하게 공유했다.

트위터의 플릿 서비스 실패기는 실패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완벽했다. 트위터 예시를 통해 성공적으로 실패하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실패를 담백하게 인정한다.

성공적인 실패는 실패를 인정하는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서비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아 이거 진짜 좋은 서비스인데, 사람들이 멍청해서 이걸 모르네” 라고 사용자 탓을 할 수도 있고, “이거 10년 뒤에는 대박 터질텐데 말이야.”하고 시대를 앞서간 불운아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런 핑계거리 모두 서비스가 사람들의 행동 패턴 예측에 실패했고,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인정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트위터는 구차한 핑계를 대지 않고 플릿 서비스가 기대했던 성과를 못 냈고, 그래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담백하게 인정했다.

We haven’t seen an increase in the number of new people joing the conversation with Fleets like we hoped. Because of this, on August 3, Fleets will no longer be available on Twitter.


2. 기획 의도와 가정(hypothesis), 결과를 밝힌다.

서비스가 실패했다고 밝혔으니 이제 당초 서비스 기획 의도와 가정(hypothesis), 그리고 실제 결과를 밝혀 담담히 인정한 실패에 부연 설명을 해 줄 차례다.

1) 기획 의도: 플릿은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이 그냥 다른사람들의 트윗만 보는 경험, 소위 눈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계속 살아 움직이며 영향력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사용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연적이기에, 타당한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We hoped Fleets would help more people feel comfortable joing the conversation on Twitter.


2) 가정: 눈팅만 하고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은 트윗에 대한 마음 속 장벽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사용자들은 대부분 ‘그냥 내 머릿속을 잠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이어서 트윗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고, 영원히 기록되는 것이 아닌 24시간 동안만 머무르다 사라져버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 부담을 훨씬 덜어줄 수 있을거라 가정한 것이다. 또한 실제로 트윗되지는 않고 임시 저장 상태에 머물러있는 글의 양이 상당했다고 하니 데이터가 뒷받침된 가정(hypothesis)이다.

We built Fleets as a lower-pressure, ephemeral way for people to share their fleeting thoughts.
We built Fleets to address some of the anxieties that hold people back from Tweeting.


3) 결과: 이런 낮아진 장벽이 눈팅러들을 적극적인 대화 참여자로 만들어주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눈팅러들은 그대로 눈팅러로 남아있었고, 플릿은 기존에 이미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던 소비자들이 자신의 트윗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이는 결과를 낳았다.

Fleets are mostly used by people who are already Tweeting to amplify their own Tweets and talk directly with others.


3. 그 외 Lessons learned를 모두 공유한다.

가장 중요한 기획 의도는 빗겨나갔어도 모든 테스트에는 얻을 수 있는 교훈(Lessons learned)이 있다. 플릿의 경우에도 눈팅러를 적극적 참여자로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플랫폼에 어떤 형태의 미디어를 적용해야 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즉, 트위터는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플릿에서는 많은 사용자들이 사진을 넣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경험을 유지했기 때문에, 향후 이런 다양한 미디어 적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Most Fleets include media - people enjoy quickly sharing photos and videos to add to the discussion on Twitter.


4. 향후 방향성 및 다짐을 공유한다.

플릿을 통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트위터 입장에서는 과제가 더 생긴 셈이다. 첫 번째로 플릿으로는 안되었는데, 정말로 눈팅러들을 참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시 고찰하고 테스트해봐야할 것이고, 두 번째로는 기 참여자들이 플릿을 많이 사용하며 자신의 트윗을 홍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니 이런 욕구를 어떻게 좋은 경험으로 만들어줄지에 대한 과제가 생긴 것이다.

We’ll explore more ways to address what holds people back from participating on Twitter. And for the people who already are Tweeting, we’re focused on making this better for you.

제품을 단종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며 타당한 Learning과 이유가 있다면 향후 방향성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야 한다. 방향성은 때로는 해당 사업을 접는 결정이 될 수도 있고, 계속해서 확장 연구해나가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 트위터의 경우는 후자를 택했고 그 다짐을 공유했다.

A number of these updates, like Fleets, are speculative and won’t work out. We’ll be rigorous, evaluate what works, and know when to move on and focus elsewhere.


위 글에서 영문은 모두 트위터 공식 블로그에서 플릿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포스팅에서 인용했다. 트위터의 플릿 서비스와 실패 방식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원문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https://blog.twitter.com/en_us/topics/product/2021/goodbye-fleets


기업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은 수많은 내부 반대 의견들을 이겨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경영진을 설득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파일럿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트위터 플릿 서비스는 작년 11월 공식 런칭 전, 3월에 브라질을 처음으로 이탈리아, 인도, 한국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긍정적 결과를 얻었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사람과 모든 데이터가 이 서비스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했다고 해도 담당자가 이 서비스를 위해 헌신한 노력과 시간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그 노력과 시간에 대한 예의다. 또한, 신규 서비스가 원래는 1000명의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1명의 신규 사용자만 확보했다고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서비스 종료 팝업을 띄우지 않고 이렇게 상세히 내용을 공유해주는 것이 단 1명의 고객에 대한 예의다.


플릿은 성공적으로 실패했지만, 조만간 플릿의 원래 기획 의도를 현실로 만들어줄 플릿2.0 또는 다른 재밌는 이름의 서비스가 출시되길 기대한다.

Goodbye, Fleets


작가의 이전글 피, 땀,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