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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Jan 30. 2024

카레를 아무리 졸여도, 양파뿐이다

남편의 월급이 적어졌고, 나의 사업은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줄일 수 있는 것은 식비였다. 즐겨 먹던 디저트는 당연히 사치가 되었고, 매일 시켜먹던 배달대신 직접 밥을 해먹었다. 다행스럽게 나는 요리를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 남편은 매일 도시락을 싸서 출근했다. 고된일을 하니 잘 챙겨주고 싶었지만, 냉장고에 재료는 터무니없이 텅 비어있었다.

카레를 하기 위해 양파와 감자를 썰어 넣었다. 맛을 위해 레시피를 찾아보니 색을 맞추기 위해 브로콜리가 들어가고 감칠맛을 위해 고기가 필요했다. 색을 맞추는 일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형 카레를 넣고 나니, 육수의 색이 갈색으로 바뀌었지만 휘휘 저어도 넣은게 없으니 국 같은 형체의 물이었다.

카레를 아무리 졸여도 양파뿐이라, 카레라고 할 수 도 없었다. 냉동고를 뒤지고 또 뒤져보아도 넣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잔고를 잠시 확인하고 결국에는 찬장에 있는 전분가루를 꺼내어 걸죽한 카레를 만들었다. 남편은 나의 허무한 카레를 보고, 맛있겠다며 밥솥에서 밥을 잔뜩 퍼 도시락을 싸갔다. 

가난은 아무리 졸여도, 티가 난다. 그 가난이 나의 연인을 굶주리게 한다. 속상하다는 말로 표현안되는 감정이 나를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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