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득우득 죽은 것과 다름없는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에서 저를 오려내고 싶어요” 내가 병원에 갔을 때 교수님에게 처음 했던 말이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갈 곳이 없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내 한 몸을 숨길 곳이 없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맑기만 한 파란 하늘이 날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여보았다. 내가 내뱉는 숨이 나의 존재를 나타낼까. 숨을 멈추어보기도 했다. 한여름 땀이 뻘뻘 나서 온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또 땀이 식어 추위에 벌벌 떨었다. 낮은 너무 환해서, 내가 잘 보여서 무서웠다. 밤이 되면 모든 걸 다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 좋았다. 밤하늘은 까맣고 깊어 표정을 알 수 없기에, 화를 내지 않는 거 같아 바라볼 수 있었다. 아득함이 나를 집어삼켜 다른 곳으로 뱉어버리지 않을까 싶었다. 까만 밤하늘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아서 나를 해하지 못했다. 우득우득 죽은 것과 다름없는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늘은 도망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