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마음 챙김을 계속하면서 5권의 책을 읽어나갔다. 중간중간 관련 없는 책과 글들도 함께 읽다 보니 생각이 효과적으로 모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상의 끝에 만나는 죽음의모습을 고민하는 시간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나는 진지하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명상시작하다
죽음은 삶의 끝일까 아니면 그저 자연스러운 것인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고민의 시간은 책 읽는 동안 계속되었다.
타인의 죽음과 나의 죽음은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명상을 통해 삶을 관찰하다 보니 어느덧 삶의 이면이자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이라는 단어를 지나칠 수 없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아름다운 죽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서툰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고통스러운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너무 슬펐고 당황했고 진지해졌고 복잡했다 그러다 결국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고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처럼 나에게도 곧 죽음이 찾아오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국 죽음 이후를 기록하고 준비해야 할 이유는 내가 당신을 더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죽음 앞에 어떠한 것도 의미가 없다
그저 삶의 일부분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떠오르면 떠올려 주고 기억에서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니다. 내 원자들은 이 우주 속 어딘가엔 있을 테고 영혼마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김상욱 교수)
죽음이란 무엇일까 물리학자의 눈으로 우주를 보면 오히려 생명이 더 이상한 것이다. 우리 주변은 다 죽어있다. 지구의 돌과 땅과 바닷물은 다 죽어 있고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오히려 죽음이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원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상태로 있다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생명이라는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다시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찰나의 순간이 소중해진다는 생각이다. 원자는 영원 불멸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모여서 내 몸을 이루고 있지만 흩어지면 별도, 나무도, 돌도, 모든 자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도 내 주변에 원자로 있을 수 있다.
죽기로 결심한 의사 이야기
죽음이 쉽게 발견되는 곳에서 삶의 목소리를 발견한 의사가 있다. 죽기로 결심한 의사가 찾아간 오지에서 죽음 오히려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수단이란 생각이 찾아온다. 제도와 사회가 주는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태어난 환경이 오직 인간의 기대수명을 결정하지도 모른다는 말이 이토록 공감될 수 있을까 싶다. 죽기를 두려워하는 모든 인간의 몸부림은 삶을 온전히 살아갈 여력이 있는 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살아 있음에...
의식할 수 있음에...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음에...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다. 지금이 오직 선물 같은 시간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말이다.
나의 죽음을 준비하다.
죽음의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럽고 참담하며 단절되고 혼란스럽고 아프고 무섭고 냉정하고 차갑고 서글프고 우울하고 안타깝고 미안하며 또... 그럴 테지만 당신과 사랑했고 예쁜 자식이 있고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가 있었고 그들과 또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그로 인해 내가 존재했고 감사했으며 위로받았고 격려했으며 이해하고 웃고 사랑하며 행복했다. 그러니 죽음을 빼곤 다 좋았다고 생각하니..
더는 슬픔 속에 남은 삶을 보내지 않길.. 그 선물 같은 시간을 소중히 보내길 희망한다.
그리고 남은 것들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리며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뇌사 시 기증희망등록 신청을 완료했다. 그리고 장례식을 진행할 남겨진 가족을 위해 결정을 미리 기록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화장을 하고 납골당이나 묘를 쓰지 말고 화장하고 남은 재를 스톤(돌)으로 만들어 고향에 있는 가족 묘지에 작은 소나무 한그루 심고 그 주변에 돌을 뿌려두길 바란다. 장례식은 3일장 일정대로 진행하고 날 찾아오는 이가 있다면 그들을 잘 맞이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드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례식장에는 내가 좋아했던 음악(플레이 리스트를 미리 만들고)을 조용하게 틀어주고 너무 엄숙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흥겹지도 않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비용은 미리 준비해서 남겨진 이가 나를 잘 보내도록 잘 준비해둘 생각이다.
아내에게 쓰는 글
20대에 당신을 만나 바람의 언덕에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떠올랐어. 어쩌면 그때였을까 내가 당신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사실 그전부터 당신의행동을 보면서 발견했지
작은 일에도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따뜻한 진심 어린 마음이 보였어. 그때부터 당신을 존경했고 사랑했어. 부족한 20대 남자는 늘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두려워했지만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은 있었지... 당신과 결혼을 결심할 때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삶의 균형 감각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당신과 큰 다툼 없이 상의하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난 당신이 너무 좋아 또 내 옆에서 늘 고생해주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당신과 있는 모든 시간 모든 것들에 감사하지. 그저 존재만으로도 말이야.
그래서 죽음을 떠올렸을 때 너무 슬펐어. 그리고 눈물이 나더라고...
무엇이 이토록 날 슬프게 할까를 생각해보니 당신이 먼저 떠나 당신을 보낼 때를 상상해도 슬프고 내가 먼저 떠나 당신이 슬퍼할 모습을 떠올려도 슬펐어. 혹시 내가 먼저 떠나면 당신을 사랑한 마음만큼 잘 준비해두고 싶어.. 그래야 당신의 수고를 덜어주는 게 어쩌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니까. 이게 내 표현이니까 그래서 잘 준비해주고 싶어. 이게 무슨 이벤트도 아니고 죽음을 준비한다라니..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을 테니까. 함께 죽는 것도 참 어렵겠다 그렇지? 그래서 당신에게도 미리 당신이 죽었을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도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럼 당신을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에게 잘 떠나갔다고 알려주고 이야기 나눠주고 또 위로해주고 싶어. 그게 내가 당신을 잘 보내는 방법인 거 같거든.. 이 말.. 참 슬프다. 그렇지? 아니 잘 간직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죽음은 그냥 끝이니까 적어도 세상에서는 말이야 내가 먼저 가면 기다리고 있을게 덜 무섭도록..
죽음으로 가는 문턱 어디쯤 기다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당신을 충분히 기다려서 같이 가는 길에 손을 꼭 잡아주고 싶네. 너무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