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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ong Mar 30. 2024

사람, 참 변하지 않더라.

#3. 그냥, 생각

큰 병을 앓고 나면 인생의 가치관이, 내 행동이, 내 생각이 180도 바뀔 줄 알았다. 예를 들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2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 1년 6개월의 치료 끝에 몸속 암을 모두 날려버렸다. 아플 땐 정말 죽도록 아팠다. 삶에 미련이 그득한 내가 살기 싫을 정도였으니깐, 꽤 힘들었던 것 같다.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다시 사회로 돌아갔, 정확히는 왔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일을 시작했지만 참, 사람 안 변하더라. 또다시 욕심이 생기고, 잘하고 싶어 몰입했다. 아, 예전과 달라진 점은 있다. 감정을 환기시킬 줄 알게 되었다는 것?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달아오르는 마음을 잠시 등 뒤로 보낼 수 있다는 것?


암 진단 이전의 삶은 마음이 나를 앞섰다면 암 진단 이후엔 적어도 마음이 나를 추월하진 않는다. 앞장서려는 마음을 잡아둘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난 변하지 않았다. 레벨 0에서 2 정도 된 듯


딜레마다. 암이 재발하면 안 되니 '덜' 열심히 하는 게 맞을까? 만약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한다면? 그.. 그건 괜찮은 걸까. 근데, 암의 재발과 전이는 신의 영역이라던데 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안 되는 건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한다면 일에 욕심을 내도 되는 건가? 음, 난 이제 잠잠한 인생만을 살아가야 하는 건가. 딜레마다. 매 순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잠시 틈이 주어질 때면 이들이 머릿속을 메운다. 아직도 결론은 내지 못했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내 인생을 바라보는 남의 시선은 거두고, 내 마음에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이것도 쉽지 않다. 어쨌든 사람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 비치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나 보다. 역시나 달라진 점은 있다! 이전에는 모두에게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단단한 사람'이고 싶다. 내면이 단단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어렵겠지만 여러 방법으로 내실을 다져가고 있으니 언젠간, 그리 될 거라 생각한다.


3월 한 달,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았다. 좋지 않은 음식을 먹기도 하고, 운동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았다.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매일 들진 않지만 의도를 가지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삶의 방식으로 아쉬운 순간이 종종 있지만 (술 한잔 못하는 게 제일 큼.. 분위기에 취ㅎh..) 그럼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 돌봐야 한다. 오래 살고 싶으니깐. 이미 남들과 같은 삶을 살 순 없게 되었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


그나저나 다시 야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실제상황)



책 <생각소스>에서 발췌한 주제로

'보통' 사람의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매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우리 자주 생각해요!


*보통(Botong) 사람 :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며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이자 가족, 친구, 지인과 희로애락을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사람

 (출처: botong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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