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유행을 넘어,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밈 사례가 많다. 내가 그 중 제일 좋아하는 밈은 ‘나 이런게 무서워하네?’이다.
우리는 종종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 상황을 이해 못해주는 상대에게 야속한 마음을 가지지만, 사실은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여행처럼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나 이런거 좋아하네?’, ‘나 이런 거 무서워하네?’처럼.
그런 신기한 깨달음을 경험할 때 우리 옆에는 늘 ‘사람’이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눈빛이 너무나 강해서, 그 시선을 따라가면 나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
책 <벌새>에서는 그런 사람을 ‘의미 있는 타자’라고 명명한다. 더 나아가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 과연, 그런 의미 있는 타자가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책의 주인공인 은희는 오빠에게 종종 이유없는 폭행을 당한다. 억울한 마음에 이를 부모님에게 말해도, ‘싸우지 말라’라는 부모님의 건조한 대답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은희에게 한문선생님 영지는 무력하게 맞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라고 말한다.
영지의 얘기를 들은 은희는 오빠 대훈에게 때리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다른 여학생과의 사이에서 애매하게 굴던 남자친구 지완에게 ‘널 사랑한 적 없어’라며 관계를 끊어낸다.
주인공 은희에게 악인처럼 비추어지는 등장인물이 오빠, 아빠, 남자친구, 문구점 아저씨 등등 남성이라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책으로 소개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야말로 은희에게 의미 있는 타자가 되어주어야 했지만 오히려 가족이라는 존재가 은희를 더욱 외롭게 하고, 은희의 모습을 왜곡해서 바라보았다.
가족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관계이다.
일상을 함께 하기 때문에, 오래 보았기 때문에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나를 모르듯 나는 우리 가족을 모른다.
영지의 말처럼 끝까지 싸워야한다.
우리 가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갈등을 일으키기 싫어 묻어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애써 외면하려했던 우리 가족의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해 끝까지 알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