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에는 본가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꽤 오랜시간을 본가에서 보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엄마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다.
엄마의 습관 중 하나는 오빠와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 물음이 그리 대단한 것도 중요한 것도 딱히 궁금해할 내용이 아니지만, 엄마는 물음의 답을 통해 자식의 일상을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그 물음이 지나친 간섭이자 듣기 싫은 잔소리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들어서는 엄마의 공허한 외침으로 들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없는 집에는 무심한 남자 둘뿐이고, 특히 그 중 하나는 다른 세대를 겪으며 자라 개인주의가 심해 종종 엄마를 서운하게 만든다.
이번 연휴 중에도 그 남자 때문에 속이 상해버린 엄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함께 카페로 나섰다.
다행히 집 근처에는 새로생긴 요즘 감성의 예쁜 카페가 있었다.
맛있는 음료를 시키고 같이 읽을 책을 꺼냈지만, 역시나 책은 읽지 않았다.
대신 함께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고 농담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오빠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이해하고 가부장적인 아빠와 나 사이를 중재하던 엄마, 더운 날씨에도 내색 한번을 않고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주는 엄마, 한번 풀고 버리기에는 참고서가 비싸다며 지우개로 일일이 문제 푼 흔적을 지워주던 엄마가 아니었다.
무엇하러 비싼 돈을 들여가며 커피를 사먹냐며 투덜댔지만, 누구에게 잘보이려 꾸미냐며 불평했지만,
처음 맛보는 아인슈페너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기를 좋아하고,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하면서 예쁜 표정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자였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의 80퍼센트는 지나왔다라는 기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제 정말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 시간이 끝이 나기 전에 끝이 있음을 알게된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을 잊지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