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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Aug 21. 2022

50대 여자와 커피를 마시면 생기는 일

이번 연휴에는 본가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꽤 오랜시간을 본가에서 보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엄마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다.


엄마의 습관 중 하나는 오빠와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 물음이 그리 대단한 것도 중요한 것도 딱히 궁금해할 내용이 아니지만, 엄마는 물음의 답을 통해 자식의 일상을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그 물음이 지나친 간섭이자 듣기 싫은 잔소리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들어서는 엄마의 공허한 외침으로 들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없는 집에는 무심한 남자 둘뿐이고, 특히 그 중 하나는 다른 세대를 겪으며 자라 개인주의가 심해 종종 엄마를 서운하게 만든다.


이번 연휴 중에도 그 남자 때문에 속이 상해버린 엄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함께 카페로 나섰다.


다행히  근처에는 새로생긴 요즘 감성의 예쁜 카페가 있었다.


맛있는 음료를 시키고 같이 읽을 책을 꺼냈지만, 역시나 책은 읽지 않았다.


대신 함께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고 농담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오빠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이해하고 가부장적인 아빠와 나 사이를 중재하던 엄마, 더운 날씨에도 내색 한번을 않고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주는 엄마, 한번 풀고 버리기에는 참고서가 비싸다며 지우개로 일일이 문제 푼 흔적을 지워주던 엄마가 아니었다.


무엇하러 비싼 돈을 들여가며 커피를 사먹냐며 투덜댔지만, 누구에게 잘보이려 꾸미냐며 불평했지만,

처음 맛보는 아인슈페너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기를 좋아하고,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하면서 예쁜 표정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자였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의 80퍼센트는 지나왔다라는 기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제 정말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 시간이 끝이 나기 전에 끝이 있음을 알게된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을 잊지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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