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최근 1년 간 내가 꼽는 '최고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최근 1년간 시사교양/예능/드라마/라디오 프로그램 중 ‘내가 꼽는 최고의 프로그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논하되, 그렇게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해당 프로그램의 장점을 미래에 제작할 자신의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논의에 포함하라.
최근 1년간 내가 본 최고의 프로그램은 단연 피의게임2이다. 캐스팅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더 지니어스’의 극적 연출 방식을 차용해 잘 만든 ‘서바이벌’ 예능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바이벌’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더라도 피의게임2의 흥행 이유와 인사이트는 많이 존재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어느 정도의 각본은 존재하지만, 프로그램의 근본적 재미는 출연진들 간의 케미스트리, 예상치 못한 장면 등 각본 외적 부분에서 대부분 나온다. 그렇기에 적절한 캐스팅과 상황 조성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피의게임2는 상당히 안전한 방법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야생의 생활, 저택의 생활, 감옥생활, 스파이 활동 등 다양한 장치와 환경을 설계해 분량 대체제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오늘의 게임이 재미가 없었다면 야생에서의 생존기 분량을 늘린다. 야생에 별 일이 없었다면 이를 저택에서의 연합과 배신, 지하감옥의 생활 분량으로 대체한다. 이러한 고민 없이 기획과 출연진, 편집으로만 밀어붙이다가 결국 실패하는 예능들이 많이 등장하는 요즘, 피의게임2는 치밀한 분량 대체제의 확보를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약점을 잘 완충하였다.
피의게임2를 안 봤더라도 SNS 또는 유튜브를 통해 덱스와 하승진의 싸움 장면은 많이들 접해 봤을 것이다. 지상파, 종편 예능이었다면 당연히 편집되었을, 상상도 못할 장면이다. 해당 장면 외에도 피의게임2에는 욕설을 사용하는 장면,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 인서트 등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이는 프로그램의 리얼함과 몰입도를 상승시키며 큰 시청자 유인 효과를 냈다. 물론 수위에 대한 합의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지만, 피의게임2의 자극적인 장면 활용은 OTT의 비중이 리얼타임 TV를 점점 잠식해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앞장서 보여주며 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생각한다.
해외 로케이션을 잘 활용하면, 보다 적은 제작비로 국내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스케일과 느낌의 로케이션, 세트를 구현할 수 있다. 피의게임2의 경우 정글 속에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거대한 풀빌라를 활용하였는데, 이는 프로그램이 추구하던 연출적인 방향성과 잘 맞아떨어져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로 늘려준 좋은 선택이었다. 국내 로케이션의 리얼리티에 지치고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해외 로케이션의 적극 활용은 분명 탈출구가 될 것이고, 이는 피의게임2와 러브캐처 인 발리 등을 통해 그 소구효과가 검증되고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은 ‘서바이벌’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장르든 리얼 버라이어티라면 지루한 순간에 대비하기 위한 대체재와 매뉴얼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쿡방을 한다면 지루해지기 전에 방송에 담을 수 있는 요리 외적 요소(장보기, 메뉴 선정과 준비, 호객 행위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고, 여행 예능을 한다면 같은 인물과 풍경 감상이 지루해지기 전에 팀을 나누고 색다른 액티비티를 추가하거나 돈을 차등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다양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OTT 예능을 제작한다면 단적인 예로 토크쇼를 할 때도 흡연, 음주, 문신, 선정성, 폭력성 등 TV에서는 활용하기 힘든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뽑아낼 수 있다. 해외 로케이션과 세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동물 예능을 찍더라도 해외의 생태공원에 가 낯선 야생 동물들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고, 메이크오버 예능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볼 수도 있다. 이렇듯 아직까지 접목되지 않은 장르들과 장소들이 많이 존재하기에 이 역시 앞으로의 제작에 있어 중요한 무기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