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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Jyeoni Park Aug 18. 2023

인간의 외로움에 대하여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2019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이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

인간은 결국 외로운 존재다. 우리는 그 외로움을 덜기 위해 가정을 꾸리고 친구를 사귄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면 그나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외로움은 은연중에, 심지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조차도 불쑥 찾아온다.


그런 외로움에 철저히 사로잡혀 산다는 것은 어떨까. 매우 괴롭고 슬픈 일이다. 이 책 주인공 '카야'가 그렇다. 엄마는 아버지의 폭력에 못 이겨 집을 나갔고 그 후 위에 형제자매들까지 뿔뿔이 흩어져 나가 집안엔 조그마한 여자아이, 카야 혼자뿐이었다.


그 어린아이가 늪지에 세워진 외딴집에서 허구한 날 술과 도박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와 어떻게 살아갈까. 살아남을 순 있는 것인가. 이야기 초반 어린 카야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걸음마를 곧잘 배워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제법 자란 카야는 늪지에서 혼자 살아가는데 완벽히 적응하지만 여전히 외로웠다. 누군가 자신을 외로움에서 꺼내 주기를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그녀의 영역에 발을 들인 테이트와 체이스. 두 남자는 카야의 마음을 풍선처럼 부풀려 놓고는 바늘로 콕 쑤셔 터뜨려 버린다.


"나쁜 자식." 이건 카야가 아닌 내가 책을 읽으며 연신 내뱉었던 말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나는 그녀를 보살펴 주었던 잡화점 주인 '점핑'과 그의 아내처럼 카야의 편에 서게 된다. 그래서 절대 카야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게 된다.


나는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누가 바람둥이 체이스를 죽였는지. 단지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랐을지 모른다. 모든 게 해결되고 카야의 순탄한 삶이 이어졌단 이야기에 긴장의 끈은 느슨해진다. 그러다 모든 게 자연으로 돌아가 흔적이 희미해져 갈 때 시 한 편이 내게 비수를 꽃아 넣었다. 누가 뒤에서 날 찌를 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고 한참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소설을 만나게 된 기쁨과 작가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건 사기야." 동물 관련 박사님이 소설도 잘 쓰는 게 어딘가 불공평했다. 작가의 자연에 대한 깊은 지식은 책 배경을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독자들은 그곳에 초대되었다. 그 안에서 자연, 인종, 여성에 대한 화두가 점철되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카야. 나무 뒤에 숨어 수줍게 사람들을 지켜보았던 그녀를 떠올리면 아직도 내 마음 한편이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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