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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모국경 Dec 10. 2023

기댈 곳

학교는, 국민은, 기댈 곳으로 또다시 경찰을 선택했다.



학교는 학교 폭력 사안조사를 담당해 오면서 악성 민원이나 학부모 협박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로 인해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말했고, 학교폭력 업무를 외부로 이관되기를 원했다.

그 결과 정부는(교육부와 행정안전부) 12월 7일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 즉 오는 2024년 3월부터는


1) 학교폭력 사안조사는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신설)'이 담당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지금까지 교사들이 해 온 사안조사를 퇴직 교사와 퇴직 경찰로 새롭게 구성된 학교폭력 사안조사관들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조사관이 사안조사를 전담하게 되면, 학교와 교사는 학교장 자체해결 등 교육적인 기능과 피해자 긴급조치, 피해학생 면담 및 지원, 피. 가해학생 간 관계개선 및 회복 등 피해자 보호와 교육적 조치를 담당한다.


2) 학교폭력 사례회의 신설 된다.

조사관이 사안조사한 것을 학교폭력제로센터(신설)의 학교폭력 사례회의에서 검토, 보완한다.

학교폭력사례회의는 학교폭력제로센터장 주재 하에 조사관, 학교전담경찰관, 변호사 등이 참여하게 된다.


3) 경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 학교폭력 단담 조사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

 - 학교폭력 사례회의에 참석해서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자문역할

 -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촉되어 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제고

결국, 학교전담경찰관 즉 경찰이 사안 파악부터 심의까지 전반을 개입, 그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변화된 제도를  앞두고 내 안에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인간의 이중성, 두 개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보고서를 보는 순간 먼저 튀어나온 소리는 '또 경찰이야', '뭐만 있으면 경찰이야' 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였고, 또 다른 하나는 같은 말이지만 해석을 달리함으로써 생긴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또 경찰이야'하는 말은 '그래도 경찰이라면'하는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로 해석했고 '뭐만 있으면 경찰이야'하는 소리는 '국민에게 경찰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나의 일에 자부심이 들게 했다.

이렇게 짜증스러운 마음을 이내 체념하듯 다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여 년의 시간 동안 무한반복해 온 현장에서 찾은 나만의 대처법이라 할 수 있다. '우는 아이 젖 준다.' 하지만 어차피 불평불만으로 울어봤자 경찰은 예외였다. 힘들다고 질질 짜거나, 짜증 낸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없었다.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물론 앞으로 변화될 제도를 보면서 걱정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당장의 문제점도 있어 보인다.

사안조사에만 투입되는 인원이 2700명인데 학교전담경찰은 고작 1127명이다. 그것도 경찰의 역할이 커질 것을 우려하여 105명을 증원시킨 인원이 그러하다.

게다가 학교전담경찰관이 맡은 역할은 기존에 수행해 오던 학교폭력예방활동 및 학생 보호 및 선도업무를 더욱더 활성화하면서 여기에 신규로 사안조사에서 사례회의, 대책회의까지 개입하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업무량인지 조금 이해되기 쉽게 비교 설명하면 조사관 2700명이 사안조사에만 집중한다면 1127명의 경찰은 기존 역할에 더해 3가지 신규업무까지 확장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국가는 주문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학교전담경찰관의 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학교전담경찰관의 역량 강화, 여기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역량의 차이가 현장에서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당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경찰관으로 선발하고 그 역량을 강화해야 함에 동의하고 또 동의한다.

다만 한 사람이 지닌 양적 한계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질이 감당할 수 없는 양적 범위가 우려된다. 사회만 풍선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풍선효과가 있다. 사건이 발생한 사안에 집중하다 보면 예방에 소홀에 질 수밖에 없다.


내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예방"이다.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1차 피해조차 없도록 역량을 예방에도 집중해야 한다.


작금의 현장은 사이버상이다. 우리는 더 이상 호모샤피엔스가 아니다. 포노사피엔스, 폰형 인간이 되었고,  폰을 내 손안에 잡음과 동시에 내 손안에 손쉬운 범죄도 접근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사이버상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청소년들이다.

학생들 사이 학교폭력만큼이나 사이버 도박, 사이버상 마약거래, 사이버상 디지털 성폭력 등도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다. 또한 학교폭력도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이들 사이버상 범죄들이 학교폭력의 새로운 매개물이 되기도 한다. 사이버 도박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학교폭력으로 조달한다. 는 말이다.  그리고 사이버상 범죄들의 공통된 특성은 "중독" 즉 피해자든 가해자든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보호하고 선도하는 '회복적 경찰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예방적 경찰활동'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며칠 전 00으로부터 학교폭력예방 홍보비가 꼭 필요한 예산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만큼 예방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고, 그 효과성을 검증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우리는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지만 막상 예방을 행동으로 나서자 하면 당장 급해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 선순위를 내어주고 만다.


나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방향성만큼은 잃고 싶지가 않다.  더불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법률명대로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지 처벌에 관한 법률이 아니다. 사안조사부터 경찰의 개입으로 시민들의 인식이 아이들의 작은 '다툼'조차 '사건'의 시각으로 변질되질 않길 바란다.

이런 간곡한 바람이...

오랫동안 멈춘 글쓰기를 다시 쓰게 했다.



그리고 이틀 내내 시작도 해보지 않은 제도 앞에 이런 기우들로 건방을 떨다 다시 내 자리로 정신차리고 돌아와 나의 역할을 고민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부터 튼튼해야겠다고~

나부터 튼튼해야 한다고 다짐한 이유는 나는 국민이 경찰을 믿어서, 신뢰해서 112를 누른다고(경찰을 찾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댈 곳이 없어서... 마지막 기댈 곳으로 경찰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경찰관인 난, 국민의 마지막 기댈 곳이기에 '튼튼'해야 한다.

튼튼히 전문성도 갖추고, 튼튼히 공정성도 갖추고, 튼튼한 진정성으로... 진정성으로...그 어떤 현장에서라도 튼튼히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히 말한다.

"경찰을 신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힘들면 그냥 경찰의 등뼈에 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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