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화살을 품은 입
십 수년을 함께 했고 이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그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독화살을 마구 던져댄다. 그게 치명적인 독을 품은 사실도 모른 채 미친놈처럼 뿜어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 풀에 지치고 내 앞의 그녀는 그 독에 중독되어 구슬프게 울고 있다.
어젯밤 가게 마감을 하던 중 원재료 발주를 위해 나누던 작은 대화가 화근이었다. 갑작스레 오른 원자재 비용은 해당 제품의 마진을 급격히 낮추었고 우리가 투여하는 노동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윤 탓에 팔아도 신이 나지 않는 메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메뉴에 목숨 거는 고객들의 숫자가 상당한 상황이었다. 비수기에 접어든 탓에 이번 달 매출 추이로는 아르바이트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우리 부부는 서로 알지 못하는 긴장감에 가게를 운영 중이었고 직원 들도 덩달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마진도 높지 않은 메뉴를 열심히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고 우리 가게의 메인 메뉴의 판매를 더 올려서 실질적인 이윤을 최대화시키는 방향이 좋다는 판단하에 과감히 해당 메뉴를 삭제하거나 금액을 이윤 추구할 수 있도록 인상하기를 원했다. 서로의 다른 생각으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나는 내일 장사를 위해 혼자 제품의 가격을 변경하고 집사람에게 통보했다. 그렇게 가게를 어색하게 마감하고 우린 서로의 등을 진 채 그날의 피로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에도 끝나지 않던 우리의 대화는 나의 입을 통해서 강한 독을 거침없이 내뱉게 되었고 가뜩이나 피로로 지쳐있던 아내는 어느새 번아웃이 오고 말았다. 우린 서로 눈물을 흘렸고 아내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멀어졌다.
4통의 전화… 받지 않는다. 나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내 가슴 한편이 아파왔다. 아내는 나로 인해 이런 아픔을 늘 겪어왔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기에 함께 하고 싶었을 거다. 그 독에 본인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새삼스레 나라는 악마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너무나도 개인적으로 변해버리는 나를 목도하면서 가정이란 울타리를 내가 과연 지키는 것이 옳은 것일까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아내와 딸들이 나를 참아준 것이라면? 나의 그 지독한 독설을 다 견디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있던 거라면? 내 혀를 뽑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 거 같은 무력감이 내 온몸을 엄습해온다. 지난날들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저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다.
46년… 나름 잘 살아왔다고 여겼건만 나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독화살을 쏘아대었나 보다. 그들은 그 독으로 인해 자신들이 아픈지도 모르고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니… 나란 인간도 참으로 못났다. 얼마나 못났으면 인생이 항상 후회와 참회로 가득 찬 돌림노래이니 말이다.
다시 한번 아내가 돌아오길 희망해도 되는 걸까? 나는 내 입을 씻어낼 수 있을까? 나의 이 후회와 아픔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처럼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나라는 실체가 아는 것이 이리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혼란스럽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분석할 용기조차 없는 내 자신은 우리 가게의 바닥을 깨끗이 닦아주는 걸레보다 형편없다. 이런 내가 그렇게 아름다운 아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으니 나는 과연 이 세상에서 무엇일까? 나는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