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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Sep 25. 2023

03. 우울은 자신의 비명이다

우울의 이해

우울에 대한 탐구

우울감이란 무엇일까?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지는 정도? 마음이 아픈 것? 온종일 우울해 본 적은 있었어도 정작 이 감정이 무엇이고 어디서 와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슬픔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로써 우리에게 존재할까? 지난 글과는 다르게 우울감을 알아보기 위해서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우울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우린 어떠한 상태가 되는지 생각해 보자.


우울감의 요인


슬픔은 언제 사람에게 찾아오는가? 불안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수많은 대상에서 느낄 수 있다. 아래에 슬픔을 유발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적어보았다.

1. 타인과의 갈등
2. 타인과의 심리적 유대에서 손상
3. 신체적, 정신적 고통
4. 각종 욕구 불만족
5. 무언가로부터의 위협
6. 스트레스
7. 정체성 훼손
8. 고독
9. 실망감
10.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
11.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감 등...

이외에도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위에 적은 요인들을 좀 더 크게 엮어 단순화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보고 설명 해보고자 한다.

1.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요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집단생활을 해야 했으며 그 무리에서 배척받는 것은 곧 죽음과 같은 뜻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과 멀어지면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공감을 통해 유대를 다지고 인정받으면 행복감을 느끼게끔 변해왔다. 이런 특성을 가진 우리로써는 홀로 남겨지는 것,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한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유대가 흔들리거나 갈등에 놓이면 그만큼 상처받고 슬퍼하게 된다. 사람마다의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이것은 사이코패스처럼 타인의 감정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하는 사항이다.

또한 타인과 소통하고 유대를 쌓기 위해선 남에게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한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도 있도록 진화해 왔다. 우울감과 슬픔 또한 자신의 불편함이나 고통을 타인에게 표현하여 도움을 얻기 위해 느끼는 하나의 감정일 수도 있다.

요즘처럼 개인보다는 시스템이 중시되고 기계나 프로그램이 실제로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은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 SNS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있긴 하지만 정보만을 때어 놓은 간접적 소통이  우리가 갈구하는 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러한 반쪽짜리 소통 속에서 공감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해소되지 못하고 다른 부정적인 요소들과 가세하여 지속적인 우울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2. 신체적, 정신적 고통

신체와 정신이 위험에 놓이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괴로움을 느끼도록 되어있다. 전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괴로움을 느끼고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진 개체들이 더욱 많이 생존하고 그 특성을 후대에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고통스러운 행동을 버티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통한 보상회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경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는 몸이 파괴되더라도 그것을 인지할 수 없다. 우리의 정신적 고통도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성질을 가졌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 진통제를 섭취하면 고통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뇌도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 이상의 일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스트레스를 받고 몸에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이 일종의 슬픔이라 생각한다.

즉, 슬픔은 한 개체가 자신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알리는 일종의 소통인 셈이다. 이러한 불쾌감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왜 슬픔을 느끼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며, 그런 고찰을 통해 스스로를 더 나은 환경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3. 자신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력 상실, 혹은 불안감

불안에 대한 이전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상황이나 관계를 통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서 불안한 감정을 피하고 싶어 한다. 자기 자신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를 잃으면 당황하고 그런 상황에 대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무력감이나 고통은 2번에서 언급한 정신적 괴로움으로 연결되어 인간에게 슬픔을 느끼도록 한다.

이처럼 우울감이란 것은 인간의 사회성, 생존 본능에 밀접히 연관된 고통이나 불안감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일종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우울할 때 우리가 보이는 행동들이 불안을 느낄 때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보면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두 감정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울의 형제 분노

우울에 대해 이야기를 정리하며 간단히 분노라는 감정도 언급해 볼까 한다. 예전에 심리 상담을 받을 당시 선생님께서 우울과 분노에 대해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면 분노의 형태가 되고 내면에 쌓고 인내하면 우울해진다고 하셨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느껴보았지만 우울감은 무언가 잘못되거나 불편한 상황의 이유를 자신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이유를 억지로 내면에서 찾고자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에 대한 실망, 통제력을 상실하여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분노는 그 스트레스를 내면에 쌓을 수 없어 외부로 터뜨리고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다시 인간의 사회성과 자신의 의견표출로 바라볼 수도 있고, 자신이 위협을 느끼는 대상과 싸우고자 하는 본능이 남아 하나의 감정으로 응어리 진 형태로 볼 수도 있겠다.


정리하자면 결국 우울감은 하나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우울한 감정을 그저 인내하고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며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각하는 관점을 달리하거나 행동하여 자신이 고통받는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구제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우울함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무기력이기에 이는 보기보다 큰 용기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지난번 글과 이번 글로 불행한 인간이 느끼는 대표적인 두 감정인 불안과 우울을 다뤄보았다. 이후 글에는 어떻게 하면 이 둘에 잠식되지 않고 관점을 바꿀 수 있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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