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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Oct 01. 2023

04. 사람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갈구한다

인간의 욕구와 보상회로의 이해

지난번의 글에서 불안과 우울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생각해 보았는데, 그렇다면 그와 상반되는 상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들이 소위 말하는"행복하다"는 상태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일까? 애초에 행복은 무엇일까? 오늘은 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인간의 욕구


앞서 생각해 보았을 때 불안과 우울은 신체가 불편하거나 불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나타난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이에 반대되는 상태는 무엇일까? 인간의 모든 욕구가 충족된 상태일 것이다. 인간의 욕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1943년에 주장한 "욕구계층이론"이다. 요즘의 학자들은 이 단계에 대해 회의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이는 매슬로가 선택한 욕구의 분류에 대한 비판이지 그가 주장한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욕구계층이론은 다음과 같다.(매슬로가 죽은 뒤 그의 제자들이 추가한 2 단계를 포함)


1. 생리적 욕구: 산소, 음식, 수면, 의복, 주거 등 삶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구

2. 안전 욕구: 신체의 위험과 생리적 욕구의 박탈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욕구

3. 소속감 및 애정 욕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4. 존중 욕구: 내적 외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어떤 지위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욕구

5. 인지적 욕구: 지식과 기술,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의 욕구

6. 심미적 욕구: 질서와 안정을 바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

7. 자아실현 욕구: 자기 발전을 위하여 잠재력을 극대화, 자기의 완성을 바라는 욕구

8. 자아초월 욕구: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타적인 욕구


8가지로 분류되었지만 내용을 축약한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생존 욕구: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

     ㄴ1(생리적 욕구), 2(안전 욕구), 6(심미적 욕구)

2. 타인과의 사회적 유대감을 쌓고자 하는 욕구: 인류가 사회적 존재로써 진화하며 고독을 고통스럽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ㄴ3(소속감 및 애정 욕구), 4(존중 욕구)

3. 새로운 자극에 대한 욕구: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ㄴ5(인지적 욕구), 7(자아실현 욕구), 8(자아초월 욕구)


위의 세 가지로 엮은 욕구 중에서 1, 2번은 앞서 얘기한 내용과 어느 정도 상응한다. 그러나 3번, 새로운 자극에 대한 욕구는 이번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사람은 왜 새로운 자극을 갈구할까? 반대로 사람이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매일 친숙하고 루틴 한 하루를 매일 보낼 것이다. 매일 같은 식사를 하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활동을 했을 텐데, 이런 경우에는 급변하는 계절과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환경 변화 속도에 맞춰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았을 텐데, 새로운 경험이나 호의적인 사람들이 더 생존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또 그들의 그런 특성은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와 우리 시대까지 이어져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에 호의적이라는 이 내용은 불안을 생각했던 글에서의 내용과 조금 상반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우리의 일상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두려움과 쾌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학교에서 새로운 반 친구들을 만나기 전의 느낌이라거나,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거나, 어떠한 행사에서 발표를 하는 행위 등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두려우면서도 쾌락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쾌감을 느끼는 원리는 설명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보상회로다.


보상회로-쾌락과 갈망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생존이나 번식을 통해 자신의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데 유리하도록 진화했다. 영양 섭취, 성행위, 사회적 유대감 형성 등의 행위는 이러한 생물학적 목적을 달성시키는 확률을 높였으며, 이러한 행위를 자주 행하는 개체 혹은 종족일수록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생존율을 높이는 이러한 행위들을 했을 때 쾌감을 느끼는 생물이 그렇지 않은 생물보다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몸에는 "보상회로"라 불리는 기능이 자리 잡았다.


보상회로란 말 그대로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몸이 스스로 쾌락에 의해 활성화되는 일련의 뇌 구조물들을 얘기한다. 뇌의 이 부분은 우리 몸이 스스로 어떠한 행동에서 쾌락을 느끼고 이를 갈구하게끔 한다. 1953년 올즈와 밀너의 유명한 쥐 실험을 보면 그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쥐의 뇌 여러 부분에 전극을 부착한 뒤 부위별로 스위치를 누르면 해당 부분이 자극받을 수 있도록 설정한 실험이다. 그중에서 쾌락 중추(=보상회로) 부위에 전극이 연결된 쥐는 계속하여 스위치를 눌렀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이러한 윈리를 통해 쾌락을 느끼고, 이를 반복하는 행동에 중독되게 된다. 


보상회로의 원리

1. 신체 기관을 통한 감각

2. 뇌가 신호를 편도체와 해마로 전달

3. 편도체에 의해 이 신호를 기억할지 말아야 할지(호불호)를 판단 후 기억해야 할 신호를 증폭

4. 강한 신호를 해마를 통해 기억됨

5. 입력된 신호를 과거의 기억과 비교하여 적절한 신호(출력=운동)를 보냄

*모든 감각을 다 기억할 수 없음으로 효율화를 위해 생존에 유리한 행위를 기반으로 기억(생존에 유리)


올즈와 밀너의 실험 후에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보상회로에 대한 내용은 더욱 세분화되었다. 그전에는 어떤 행동을 강화시키는 보상 체계가 뇌의 쾌락중추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작동된다고 생각했으나, 쾌락을 느끼는 시스템(liking sytem)과 갈망하는 시스템(wanting system)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쥐의 보상 체계를 구성하는 도파민 신경을 차단하면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찾아다니는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쾌락기능과 호감기능 관련 다이어그램(멋지다)

즉, 쾌락과 갈구를 담당하는 체계는 아래처럼 별개로 존재했던 것이다.

1. 쾌락기능: 대뇌 번연계 오피오이드 체계가 관여

                ㄴ 자극으로부터 즐거움을 소비하는 형태, 쾌락(liking) 체계 관련

*오피오이드란 엔도르핀, 모르핀 등과 같은 뇌와 척수에 있는 단백질에 결합해 통증 지각을 감소시킴으로써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나타내지만 심각한 중독성이 있는 마약성 성분을 말한다. 체내에서 합성되는 종류와 합성 마약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2. 호감기능: 대뇌 번연계의 도파민 시스템이 관여

                ㄴ일정한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부여의 형태, 갈망(wanting) 체계 관련


자세한 원리는 더욱 복잡하나, 이 글에서는 신체 내에 이러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우리의 몸에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만을 얘기해 보았다. 필자가 생물 관련 전공자가 아니고 궁극적으로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기에 아쉽더라도 이 정도로만 알아보겠다.


다만,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쾌락(행복감)은 소모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살펴보아도 신체에서 느끼는 원초적인 쾌락, 행복감, 기쁨은 긴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닌 단기간 내에 느끼고 사라지는 소모적 개념인 것이다. 이는 욕구가 해결되지 않을 시 장시간 동안 지속되고 악순환에 빠지는 우울 및 불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늘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인간은 결국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안과 우울을 느끼며, 반대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우 행복감과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쾌감은 일시적이며,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가 해소되면 찾아오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행복감은 우울/불안감과 완전히 반대되는 감정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행복감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우리는 다시 공허함 속에 던져진다. 이 공허한 상태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즉, 개인이 "행복" 또는 "불행"을 어떻게 정의하고 자신의 상황이나 외부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어지는 다음 글들에서 정리해 보겠다.


각종 내용 및 이미지 출처:

중독과 보상회로

http://bgnmh.go.kr/checkmehealme/bbs/bbsView.xx;jsessionid=HJT4jeMsBYhZSp40g1BYVjhZXz0m1evBAXKFvu4P8x1itGn8U0jmq8MoaPIj7tRV.mohwwas2_servlet_engine27?catNo=14&idx=39

[뮈욤 스페이스 뇌과학 칼럼] 도파민과 보상회로 : 쾌락과 고통의 연쇄

https://blog.naver.com/mwiyom/221550700033

최낙언의 자료보관소

http://www.seehint.com/hint.asp?md=204&no=11610http://www.seehint.com/hint.asp?no=13262

http://www.seehint.com/hint.asp?no=13262

http://www.seehint.com/hint.asp?no=13260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18) – <원리 17> 동기는 뇌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의 도파민 분비에 달렸다.

https://21erick.org/column/7033/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도파민 회로와 중독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808202032035

오피오이드와 아편제에 관한 과학계의 의견

https://steptohealth.co.kr/what-does-science-say-about-opioids-and-op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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