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왕 재민이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침이면 가장 먼저 등교해 밝은 인사를 건네는 아이, 바로 우리 반 금쪽이, 재민이였습니다. 재민이는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아이쿠를 꼭 닮은 귀여운 모습으로 모두의 시선을 끌었죠. 하지만 교실 속 재민이와의 하루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1교시, 선생님 물건이 사라지다
“선생님, 제 볼펜이 안 보여요!”
아침부터 누군가의 물건이 자꾸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교탁 위에 올려둔 제 빨간 펜이 사라진 겁니다.
“혹시 누가 장난친 거야?” 제가 교실을 한 바퀴 돌아보자, 재민이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죠.
“선생님, 그거 제가 주웠어요. 이제 제 거예요!”
“주운 거면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재민아.”
“아니에요. 여기 있었으니까 제가 먼저 잡은 거잖아요.”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는 재민이를 보며, 속으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재민이는 분명 순수했어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모르는 듯했죠.
“재민아, 이건 네가 가져가도 되는 물건이 아니야. 주인은 따로 있잖아. 선생님이 다시 설명해줄게.”
조곤조곤 타이르고 나니, 재민이는 금세 미안하다고 말하며 펜을 돌려주었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아쉬워 보였습니다.
급식 시간, 전쟁 같은 줄서기
“선생님, 재민이가 또 줄 맨 앞에 섰어요!”
급식 시간이 되자마자, 재민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줄 맨 앞을 차지했습니다.
“재민아, 이번에는 우리 순서대로 줄 서 보자.”
“근데요, 선생님! 제가 맨 앞에 서야 빨리 밥을 먹을 수 있잖아요!”
재민이와 줄 서는 규칙을 설명하며 다시 한 번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재민이 옆에 서 있던 친구 지우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죠.
“선생님, 제가 재민이랑 같이 뒤에서 줄 설게요. 그럼 재민이가 무섭지 않게 줄 서는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우의 따뜻한 제안 덕분에 재민이는 친구와 함께 줄 서기를 조금씩 익혀갔습니다. 아직도 뒤에서 걸핏하면 “나 맨 앞으로 갈 거야!”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지우는 꿋꿋이 재민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친구와의 다툼, 그리고 사과하기
재민이가 자주 친구들과 다툰 이유는 사소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옆으로 지나가며 슬쩍 손으로 치는 일이 많았죠.
“선생님, 재민이가 또 저 때렸어요!”
이번에도 친구 서준이 울먹이며 달려왔습니다.
재민이를 따로 불러 물었더니, 역시나 태연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서준이가 먼저 나를 째려봤어요. 그래서 친 거예요.”
“재민아, 째려봤다고 해서 때려도 되는 거 아니야. 감정은 말로 표현해야지.”
사과를 요청하자 재민이는 마지못해 서준이에게 “미안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뒤로도 재민이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지만,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워졌거든요.
달라진 재민이, 작은 변화의 시작
교실 속 재민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끊임없는 관심 속에 조금씩 변했습니다.
어느 날, 재민이는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말했죠.
“선생님, 복도에 나가고 싶은데 허락 받아도 되나요?”
평소 그냥 뛰쳐나가던 재민이의 행동이 떠올라, 저는 감동에 가까운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물론이지, 재민아. 허락을 구해줘서 고마워.”
급식 시간에도 재민이는 처음으로 줄을 제대로 서며, 친구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친구 예빈이 웃으며 재민이를 칭찬했죠.
“재민아, 오늘 너 진짜 멋있다!”
재민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지만,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교실의 평화, 함께 만든 기적
재민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종종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교실 속 친구들과 제가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재민이는 더 많은 웃음을 나누는 아이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재민이를 “힘든 아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재민이를 “특별한 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작은 칭찬에도 크게 웃을 줄 아는 아이니까요.
우리 교실 속 금쪽이, 재민이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는 재민이와 함께 교실의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감정을 말로 표현했을 때는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 “네가 화가 난 이유를 말해줘서 고마워.”
• “너의 기분을 말해주니 선생님도 네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었어.”
칭찬을 통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고 좋은 일이라는 확신을 심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