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작은 숲이 생긴다면
“검정고무신 선생님의 레트로 체육 수업”
우리 옆 반에 특별한 선생님이 오셨다. 이미 퇴직하신 ‘검정고무신 시대’의 선생님이 시간강사로 다시 교단에 서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처음엔 당황했다. 머리숱이 없지만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 배에 인격을 담아 낸 몸에 각 잡힌 정장, 그리고 엄격한 표정. 마치 70년대 카리스마 담임선생님이 타임머신을 타고 교실로 소환된 느낌이었다.
“요즘 애들한테 어떻게 저런 방식이 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학생들보다 먼저 나부터가 적응이 안 됐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어리둥절했고, 학부모들도 긴장했고, 교감 선생님마저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분만의 ‘노하우’를 알게 되기 전까지는 모두가 미처 몰랐다.
운동장은 나의 체육관!
요즘 학교 체육은 대부분 체육관에서 한다. 날씨가 덥거나 춥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체육관이 답이다. 그러나 우리 검정고무신 선생님은 달랐다. 그는 무조건 “운동장에서 체육!“이었다.
처음엔 학생들이 투덜거렸다.
“왜 체육관이 있는데 굳이 운동장에서 해야 해요?”
“햇빛도 강하고, 운동장에 먼지도 많잖아요!”
하지만 레트로 운동장 체육이 시작된 순간,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 ‘줄넘기 마라톤’ – 줄넘기를 하며 운동장을 도는 방식, 처음엔 “힘들어요!“를 외치던 아이들이 어느새 기록 단축에 도전하고 있었다.
• ‘땅따먹기 리그’ – 교실 바닥이 아닌, 운동장 모래 위에서 다리로 선을 긋고 뛰어다니는 게임. 잊혀졌던 놀이터의 감성이 되살아났다.
• ‘레트로 축구’ – 요즘처럼 멋진 유니폼도 없이, 그냥 “얼레벌레” 뛰어다니며 뛰고 또 뛰는 축구. 옷에 먼지와 땀이 범벅이 됐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점점 새로운 흥미를 찾기 시작했다. 체육 시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운동장에서 놀았고, 어느새 핸드폰보다 공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 군대식 식사법 도입?
운동이 끝난 후, 선생님의 진짜 매력이 드러났다. 점심시간이 되자 군인처럼 식사하기가 시작됐다.
“자, 밥 먹을 때는 똑바로 앉아서, 말없이 집중!”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차츰 씩씩한 기운을 내며, 식판을 반듯하게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속도도 빨라졌다.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이거 마치 훈련소 같아요!”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밥 먹는 것도 훈련이야. 잘 먹어야 잘 움직이고, 잘 놀 수 있지!”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엄격해 보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런 강한 리더십 속에서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찾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실컷 움직이고 뛰어다녔던 아이들은 군인처럼 맛있게 식사를 했다. 늘 대강 먹고 놀러 나갔던 애들이 말이다.
나도 운동장에 대해 늘 멀리 했지만 운동장 수업을 생각해 냈다. 생태수업!
운동장 화단에서 생태 수업을 했었다. 항상 교실에서 배우던 것과는 달리, 직접 꽃, 나무, 곤충을 찾아보고 관찰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아이들은 낙엽을 모아 양파망에 넣어 피구공을 만들어 신나게 놀았다.
이런 자연스러운 배움의 순간과 검정고무신 선생님의 철저한 체육 수업이 만나면서, 아이들은 점점 더 활동적이고 밝아졌다.
“선생님, 오늘이 제일 행복해요!”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특별한 수업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구나.
학교마다 작은 숲이 생긴다면
운동장 체육의 기쁨과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 수업을 경험한 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마다 아이들이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작은 숲이 있다면 어떨까? 나무를 심고, 곤충을 관찰하고, 함께 자연을 가꾸며 체험하는 교육이야말로 정말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치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우리도 학교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숲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검정고무신 선생님의 교훈
처음엔 그의 스타일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알게 되었다. 검정고무신 선생님은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것
• 힘들어도 끝까지 해내는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준 것
•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체육의 의미를 가르쳐 준 것
“레트로 체육, 자연 속 배움, 그리고 한 선생님의 특별한 이야기.”
그분의 수업은 우리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할 특별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