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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는다는 건

by 두유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는다는 건 뭘까?”

나는 로먼펠록 그림 속 소년들을 바라보며, 그 질문을 다시 되새겼다.


누가 지도하지 않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그림은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교실 안 현실은 다르다.

“왜 발표를 안 하지?”, “왜 자꾸 산만할까?”, “왜 규칙을 안 지킬까?”

아이의 모습이 내가 기대한 교실의 기준과 다르면 걱정이 되고,

그 걱정은 어느새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나는 ‘지도하는 교사’는 되지만,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교사’는 되지 못한다.



로먼펠록은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을 그렸다.


아이를 믿는다는 건,

그 아이가 뭐든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매일 자신을 시험받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단 한 명이라도

“괜찮아.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는 자기 마음을 다치지 않고 키워갈 수 있다.


우리는 말을 잘 듣는 아이보다,

자기 마음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아이를,

지시받은 대로만 움직이는 아이보다,

스스로 탐색하고 도전하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 시작은, 아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교사인 내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도, 학습의 태도도,

인간관계도 달라진다.


아이의 다름을 흠이 아닌 특성으로 바라보는 교실.

그런 교실을 만들 수 있는 어른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교실 안에서 그 믿음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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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