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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Jun 07. 2022

스타트업 잔혹사가 일어나는 이유

회사의 뿌리는 대표다.

나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프리랜서, 창업,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괴담처럼 떠도는 스타트업 잔혹사들을 다수 겪었고,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 나를 소개할 때 '성공하는 방법은 몰라도 실패하는 방법은 잘 아는 개발자'라고 많이 소개한다. 아직까지 내세울만한 성공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최소한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스타트업에서 혹사, 보상, 꼰대문화, 불화 등 수많은 잔혹사들이 발생한다. 나도 마찬가지였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 잔혹사를 겪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해결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스타트업 잔혹사의 해결책은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 에게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의 사례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과거에 2년이 조금 넘게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했었다. 회사가 설립되기도 전에 합류하여 창립멤버로서 회사설립부터 약 200억 벨류로 키워내기까지 함께하였다. 처음 합류당시 스타트업 대표가 지인의 소개를 통해 나를 찾아왔고, 나는 합류조건으로 단 하나의 약속을 내걸었다.

계약서에도 명시하였는데 그건 바로 회사의 문화를 직접 그리고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었다. 글로벌 IT 기업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조직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내가 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기 회사설립부터 사무실, 책상, 의자, 모든 IT 인프라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회사의 CTO도 직접 영입하였고, 초기 멤버들도 직접 한명 한명 선별하고 고민하여 영입하였다. 지분이나 스톡옵션 하나 없이 시작했지만 정말 내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야근조차도 즐겁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기적처럼 작지만 혁신적이고 강한 팀이 형성되었고(팀 이름도 MADMAX 였다) 당시 어딜 찾아봐도 그렇게 일하는 IT회사가 없을 정도로 앞서나간 조직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모든 구성원이 하루종일 웃음이 가득하고, 회사에서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창의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며 주말이 빨리 지나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확장해 나가면서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 설립 전 창업을 도와줬던 대기업 출신 지인들을 영입하여 모두 리더로 임명하였다. 그러면서 팀원 보다 리더가 더 많아지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2년 가까이 쌓아온 팀원들 간의 신뢰와 안정감 그리고 조직문화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스타트업 문화와 대기업 문화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새로 합류한 '리더' 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기업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그저 별난 사람들이었던 것 같았다.

여기서 문제는 2년 넘게 직접 옆에서 함께 일해온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와 함께하는 듯 했지만 사실 대기업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서비스가 출시되고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하자 본인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문화로 되돌아가 버렸다. 사내정치가 난무하고, 회사에는 비밀이 많아졌으며, 수직적인 구조가 점점 형성되어 갔다. 사실 이외에도 말못할 이야기가 가득 쌓여있다. 


슬램덩크와도 같은 결말

그렇게 2년간 쌓아온 노력이 무너지기 까지는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발팀은 CTO를 포함해 전원 퇴사했으며, 심지어 출시한 서비스는 구매전환율이 20%를 초과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잘될 수 있었던 건 혁신적인 조직문화와 팀원들의 희생때문이었는데 원동력을 잃어 서비스가 지속적인 J커브를 그릴 수 없을게 뻔해 보였다. 스타트업 대표도 팀원들이 면담을 요청하고 문제해결을 요구해도 그저 회피할 뿐이었다.


내가 겪은 경험도 하나의 사례일뿐, 어떤 회사든 성장하고 확장해 나가다 보면 형태만 다를 뿐이지 성장통을 겪게된다. 회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인구가 많아질수록 수많은 문제나 갈등이 생기는 이유와 비슷한 것이다. 

이럴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건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표뿐이다. 대표가 문제인 경우가 제일 심각한 경우인데 이럴때는 해결방법이 정말 없다.

나의 사례조차도 지금 생각해보면 스타트업 대표가 회피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사결정이라도 내리고 문제를 적극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었어도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였다. 팀원들이 단체로 퇴사한 이유도 문화적 갈등 보다도 아무 의사결정도 하지않는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다.


스타트업 잔혹사를 피하려면

스타트업 잔혹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표가 성장해야 한다. 계속해서 좋은 의사결하는 방법을 배워야하고, 팀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한다.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의 뿌리이다. 뿌리를 토대로 회사는 성장해 나가기 때문에 아무리 화려한 꽃을 피우더라도 결국 뿌리를 따라가게 되어있다.

만약 창립멤버들이나 초기멤버들이 스타트업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그들도 함께 스타트업의 뿌리가 될 것이다. 뿌리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창립멤버나 초기멤버가 있다면 그들도 스타트업 대표의 성장을 도와줘야할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가 의사결정을 잘못하거나 회피해버리면 스타트업 잔혹사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 나 또한 퇴사 직전까지 회사의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매일 점심 약속을 잡아 이야기를 나누며 오해를 풀어보려고 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래도 큰 소용은 없었다. 수많은 노력들이 대표의 한마디만 못했던 것 같다.


만약 본인이 스타트업 대표라면 회사에 기여하는 소중한 팀원들에게 스타트업 잔혹사를 겪게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반대로 스타트업 잔혹사를 겪고 있으면서 그걸 혼자 해결해 보겠다고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대표가 결단을 내리거나 변화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이직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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