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되어 길생활을 하면서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 누가 다가가서 만져도 가만히 있는 고양이에 대한 글을 보았다. 구조하여 임시보호 중이지만, 임보처에서도 곧 나와야 하고 입양 문의도 없어 큰일이라는 내용이었다. 깨비를 데려오기 전의 나라면 아이들이 다가가 만져도 가만히 있는 고양이의 동영상을 보며 너무 귀엽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 장면을 보면서는 덜컥 걱정부터 되었다. 저렇게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는 고양이가 사람에게 학대당하지 않고 평온하게 늙어서 묘생을 마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세상이다, 지금 이곳은.
깨비는 어리광부리는 것을 좋아하고 고집도 세고 사람을 좋아한다. 집에 사람이 오면 그게 누구든 관심을 받아야 하고 사람 틈에 끼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집사들은 보통 이런 고양이들의 성격을 외동묘 기질이라고 표현한다. 외동으로 지낼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고양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그래서이기도 하고, 깨비와 함께하기 전에도 함께한 후 최근 몇달 전까지만해도 나는 고양이를 두마리 이상 반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겠으나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고양이인 나로서는 특히나 안타까운 고양이들의 사연을 그냥 넘기는 것이 부쩍 어려워졌다. 작년 8월에 식당 구석에 숨어 지내다 엄마고양이와 함께 구조된 후로 입양문의가 없어 임시보호처에서 계속 지내고 있다는 9개월 고양이의 사연을 읽었다. 꽤 자란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는 깨비와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다. 우리 깨비도 그때 엄마고양이가 구조되지 못했더라면 식당이나 어디 창고 구석에 숨어서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가며 살아야 했을 수도 있겠지 생각하니 더 마음이 쓰였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 식당 구석에서 숨어 지내던 9개월 고양이는, 좋은 분에게 입양되어서 행복한 묘생을 살고 있다. 입양한 집사님의 SNS를 구독해두고 있는데, 양질의 음식을 잘 먹고 편하게 잘 자기 때문인지, 충분히 받는 사랑때문인지 반질반질 윤기나는 털로 바뀐 것을 보며 내가 괜히 고마운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9개월 고등어 고양이가 입양된 후에도 비슷한 사연의 고양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생겨나서, 안타까움과 함께 어찌할 바 모르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나 한 사람이 반려할 수 있는 고양이는 많아야 두세마리 정도일 것이다. 고양이가 보통 한번에 5~7마리 정도를 출산한다고 하니 사람이 거둘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길에 사는 고양이들은 늘어날 것이다. 시군구 차원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 사업을 하는 것도, 동물 복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길고양이 중성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도 다 같은 이유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