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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Jun 16. 2023

먹고사는 일





집 근처에서 만난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깨비보다 훨씬 작은 고양이들이었는데,

분리수거장 한쪽 바닥에 말라붙은 음식물을 핥고 있는 것을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가방에 소포장된 건사료와 물그릇을 챙겨 다니지만

막상 꺼내서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경계가 흐트러져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혹시 또 밥을 주지 않을까 싶어

 다음날에도 나를 기다리지는 않을까


일주일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문득 후회와 합리화를 반복하곤 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 학대 소식이 들려오는 세상입니다.

우연히 인간으로 태어나 상대적 안락함을 누리고 살아가는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저 찰나에 베푼 보잘것없는 한 끼 식사가

그들로 하여금 사람을 더 경계하고 더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었길

모순적이지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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