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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로 Jul 17. 2022

바람이 멈추면 바람이 아니게 되는 것처럼


중국은 바다를 나갈 리가 없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자연과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바다를 넘어 다른 새로운 걸 안봐서 그런지 몰라도 여러 생각들을 한 방에 줄세울 수 있는 진리보다는 '관계의 철학'이 중시되고 발전됐다.


그런 중국에서 나온 사서삼경 중 하나인 <주역>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늘 관계를 살피고, 때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라.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진정으로 변치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주역에는 '팔괘'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태극기 속 검정 막대기들이 그것이다. 그런 괘들을 가지고 자연의 여러 모습들을 만들어 놓은 게 그 유명한 64괘이다.


이 64괘 중에 [변치않고 그대로인 것]을 상징하는 괘가 희한하게도 천둥과 바람으로 표현된다. 굉장히 역설적이다. 천둥과 바람이야말로 자연 현상 중 가장 마구잡이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는데 말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바람이 멈출 때 바람은 사라진다. 바람 입장에서 자신을 지속시키려면, 즉 변하지 않으려면 끝없이 움직여야 한다. 바람이 항상 바람이기 위해서는 계속 움직이며 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한결같이 유지하기 위하여 끝없이 움직인다. 머리를 자르고, 세수를 하고, 감정조절을 한다. 이렇게 내 이름 석자, 그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변함없이 변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이때 '완벽한 변화'라는 건 없다는 것 또한 기억해두자. 일찍이 모든 생명은 우연이 제안하고 자연이 처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오지 않았는가. 완벽한 변화는 곧 종말을 의미한다. 그저 스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때 즐거운 마음을 가져보는 것으로 첫 발을 내딛어 보자.


돌이켜보면 내가 군대에서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글을 쓴 것도,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주역에 의하면 [때가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근데 그때에 맞춰 '변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내 몫이다. 사실 군대 이전에도 책을 읽어야 할 때는 무진장 많았을 것이다ㅋㅋㅋ그냥 왠지 모르게 군대에서 스스로 변해야 할 때를 처음으로 알아차린 것뿐이다.



나는 현재 나의 모습을 난류와 한류가 부딪히는 황금어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의 사고방식이 기대고 있는 기둥이 운명론이든 자유의지론이든 나는 주도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끝없이 움직이자.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때를 살피고 그것에 맞게 바뀌려고 최선을 다하며 관계를 관찰하자. 그러면 오히려 그 최선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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