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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의미 Mar 18. 2024

모든 글은 여지가 있고 꼬투리를 잡힌다

그게 차라리 낫다

어떤 주장을 해도 반대되는 말이 생긴다. 주장을 하면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밥상을 뒤엎듯이 전제를 뒤집어엎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결진실된 말보다 그 주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상은 옳다는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단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역할이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여태껏 글을 쓰면서 글쓰기 기술이나 이론과 같은 것을 많이 알지는 못해도 '단정 짓지 않는 어투'는 반 진리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정말 알 수 없게 돼버렸다.



선택하지 않고도 자신의 위치가 유지되는 것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다. 무게가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반대되는 세력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동조하지 않는 세력도 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힘이 없는 사람들은 의지와 생각이 있음에도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쁘다.



가장 쉬운 것은 '나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것이다. 입장이나 신념을 내걸고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각오가 필요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관이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옳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남에게 맞추고 좋은 것이 좋은 거라며 헤헤 웃으며 살 수는 없다. 세상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하는 무례한 이들에게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한다.



글쓰기에 사명을 걸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게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 사람들은 굳이 안 해도 되는 싸움을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글을 써놓고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남겨져있는 글들을 생각하면 점점 글쓰기가 두려워진다. 나에게 그런 각오가 한 줌이라도 있을까.



글이 발표라면 주제로 삼아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발표에서 변명을 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나름대로 이야기하는 것이지, 반대와 비난을 받아서 변명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생각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허풍을 치기 어렵다면 대범하기라도 해야 한다.



비도덕적인 행위와 생각을 서슴없이 행하는 것이 신념이자 인생의 목표인 사람도 있다. 남이야 어찌 됐든 히틀러와 같은 사람은 세계정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짓을 다 해야 성이 풀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신념도 배짱도 아니다. 선을 넘은 것이다. 아무리 내 인생이라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주장이나 신념을 관철하는 것은 남을 짓밟는 식으로는 성립될 수 없다. 그런 행위를 하는 시점에서 이미 파탄 난 것이다.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다 죽여서라도 스스로 옳음을 주장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반감을 가지지 않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필연적으로 생기는 비난과 반대를 견뎌야 한다. 비난과 반대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이미 자신의 작업이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상태가 된 것이고, 자신이 완벽하거나 혹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지'에서 오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쉬쉬하며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외로운 일이 없을 것이다. 선을 넘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한데 잘못을 고치지도, 자신이 평가받을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nasa,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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