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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의미 Feb 18. 2024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책은 돈다발이 아니다

니체는 사상은 책에 몰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통해 얻어진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이 어째서 책에 몰두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어떤 분야든 배운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자제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감과 오만은 다르며, 배운 것으로 남과 나의 위치의 우열을 가리려고 하지 않는다. 칭송받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단지 배운 결과로 그렇게 되는 것뿐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고 난리인데 책을 성공의 수단이나 비결로 말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신흥종교처럼 책을 신앙의 대상으로 세우고 성공 광적으로 집착한다. 책은 성공의 수단보다는 사람에게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재료다. 물론 책을 읽어서 어떠한 지식과 자아를 형성해야 된다는 뻔한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이 책 그 자체를 상업적인 도구로 사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 권이나 만 권을 읽었다는 현자들이 가득하다. 21세기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책'만으로 수십억 대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맥락은 끊어먹은 채 짜깁기로 가득한 책들을 쏟아내고서는 양이나 질을 운운한다. 표절을 하고도 책은 계속 팔리며, 인문학이나 역사강의를 하며 선생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버젓이 있다.



이면에는 노력보다 '내가 무려 천 권, 만 권의 책을 읽어서 비싼 인사이트를 지닌 사람이니, 그 정도 양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속내가 숨어있다. 공부해서 남 주는 것 아니다. 왜 그들이 읽은 천 권, 만 권의 책값을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가? 책을 많이 읽은 현자들은 양을 넘어 질을 논하는 상태까지 왔지만, 자신이 배운 것들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 나있고 얼른 돈을 가져오라고 아우성이다. 절실하게 성공하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책을 읽어야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런 식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다. 모든 것이 인증으로 남아야 하고 돈으로 환산되어야 하는 시대다.



자료의 수준은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었다. 여러 문장과 진리라는 것들 항상 시대 속에 머물며 나아지지 않고 반복되기만 한다. 이리 뽑아 쓰고 저리 뽑아 쓰니 그 어느 때보다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은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하나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로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어야 하고 애초에 필요할까? 책 읽기가 진정한 의미로 유행했던 적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단지 유행을 놓치고 제외되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그것이 더 문제다.



꼭 그렇게 많이 짊어지고 다녀야 할까. 어차피 삶은 머무르는 상태가 아닌 연속의 상태이다. ‘해야 한다’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종종 남의 삶의 방식을 쉽게 평가하지만 세상 일이 공부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에 움직이고 필요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진리를 추구할 것이라면 남에게 프레임을 씌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일이다.




이미지 출처 (© visuals_by_fred,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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