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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의미 Feb 22. 2024

인간은 인간성을 버리는 동물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디오게네스는 사람으로 태어나 말년에는 스스로 개라고 자처했다. 그러면서 사람으로 체면을 지키려고 했다. 개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며 "사람이 어디 있느냐"같은 잘난 척은 하지 않는다. 물론 햇빛을 가린다고 사람에게 비키라고도 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사람의 말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뿐이다.



사람은 불행이 닥쳐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당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불행은 당연해선 안 되는 것이다. 반면에 행복은 당연해야 하고 '인간'이라면 주어져야 한다. 행복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어야만 한다.



동물의 세계의 잔혹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개체는 어떤 개체의 먹이가 된다. 먹이가 되는 그 개체는 어떤 개체의 주식(主食)이나 마찬가지다. 그 개체는 먹히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그 개체도 결국 자신보다 약한 개체를 먹고 살아왔다. 이로서 합리적인 자연의 법칙의 완성이다.



먹는 것을 원하지 않아도 배고픔은 멈추지 않는다. 모든 생물은 배고픔 앞에서 이성을 잃는다. 다만 인간의 경우 인간성을 잃을 뿐이다. 인간과 동물 그들 모두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본능이든 이성이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살뿐이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진리다.



동물은 왜 자신이 이렇게 태어나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지 한탄하지 않는다. 죽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그렇게 해왔다며 납득하며 살아가기 때문일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런 것까지 알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까지 따지며 사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은 그것을 모두 알고 한다. 그런 인간이 스스로 인간성을 던지고 짐승 같은 일을 벌이고 구태여 약육강식을 논하며 그것이 원래 자연의 진리라며 떠든다. 심판이 안 보는 사이에 백태클을 하고 자신이 나쁘지 않다고 어필하듯 손바닥을 양쪽으로 내밀고 어깨를 으쓱하며 억울한 척을 한다.



주어진 것들을 포기하고 헛됨을 느끼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으로서의 불행을 피하려고 한들, 동물로서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당연해지면 사람들은 서로 죽이는데 점점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다. 결국 자신이 살고 싶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spembl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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