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민 Mar 18. 2022

막내작가 여섯 번째 이야기

팀 해체??

그만둔다고 생각하고 난 다음 그렇게 극적인(?) 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팀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일을 처음 해본 나로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지 아니면 나한테만 일어나는 건지 하늘에 큰소리로 따지고 싶었다. (물론 이런 일로 나한테 따지지 말라고 하늘은 대꾸도 안 할 테지만...)


정황은 이러했다. 녹화하는 날이 바뀌게 됐는데 녹화날이 바뀌면 작가님들이 각각의 사정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녹화날을 조율해보려고 했지만 힘든 일 이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녹화날에 맞춰서 해야 하는 건데... 선배 작가님들은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날짜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지만

이 일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같이 있던 작가님들이 너무 좋아서 버틸 수 있던 거였는데 위에 작가님들이 다 바뀐다면 나 또한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작가님들과 회의 아닌 회의를 시작했다.


날짜가 바뀌면 그날 녹화를 올 수 없다는 작가님, 본인의 연차랑 맞지 않는다는 작가님, 같이 일하려고 왔는데 못하시면 있을 이유가 없다는 작가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까지... 각각의 사연이 이렇게 구구절절 모이니 정말로 나한테는 하늘도 무심하지라고 생각했다. 일단 나한테 먼저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는 어떡할래?


같이 일하면서 느낀 거지만 팀장님, 피디님들도 전부 다 좋으신 분들만 가득했기에 더욱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피디님들과 같이 있는 시간보다 작가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고 아무래도 난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같이 있는 작가들이 나간다면 나 또한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그렇다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작가님들이 나간다고 나도 따라나가기에는 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이왕이면 그냥 다 같이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첫 번째 고민은 새 로오는 작가님들과 만났을 때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가 큰 고민이었다. 사실 나를 뽑아준 작가님도 안 계시고 나에게 응원과 일을 도와주는 작가님들도 나가시면 (물론 새로 오시는 작가님들 또한 좋은 분들이겠지만)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일이야 열심히는 하지만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작가 일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도중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그냥 그만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싶기도 했고... 답답한 마음에 담배나 피우러 내려갔는데 팀장님이 계셨다.


"넌 계속할 거지?"

"어... 음... 일단 해보려고요... 버틸 때까지 버텨봐야겠죠?"

"그래 여러 가지 해보면 너한테도 도움이 되니까 한번 해봐"


아뿔싸... 늘 이놈의 입이 문제다. 뜻하지 않은(?) 남아있는다는 발언을 해버렸다. 사실 누가 거기서 

"아뇨 저도 그만두고 나갈 거 같아요"라고 말을 하겠는가... 차라리 아까처럼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고 말하던가 이 바보 멍청이 같은 놈아.... 팀장님은 웃음과 함께 위로 올라가셨다... 그래 이렇게 된이상 버텨보자. 버틸 만큼 버텨보고 안되면 나도 그만 두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른 작가님들은 그만두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계신듯했다. 결국 나만 남는 건가.. 회식 한번 못해보고... 사실 나는 이렇게 팀으로 일해본 게 처음이라 나름 회식의 낭만(?)이 있었는데 코로나+ 백신 문제로 회식은커녕 밖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아쉬운 대로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자고 조심스레 작가님들께 말씀드렸다.

"저희... 끝나기 전에... 술이라도 한잔 할까요..?"

다행히 두 분 다 좋다고 하셨고 서브작가님들과 술자리가 주선되었다. 물론 서브작가님이 메인작가님께 말씀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작가들의 술자리가 시작됐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내가 물었다.


"그럼 저만 남고 다 나가시는 건가요..?"


잠시 침묵. 메인작가님이 입을 여셨다.

"사실... 나는 이렇게 팀을 꾸려서 하는 게 정말 재밌어서 시작한 건데 이렇게 헤어지는 거는 나도 좀 마음이 그래.."

메인작가님께서는 개인 일정 때문에 매주 참여는 힘들지만 녹화날에 일이 없다면 무조건 참여하시고 지금처럼 똑같이 하면 크게 문제가 없이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어서 서브작가님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메인작가님이 남는다면 같이 남아서 할 수 있다는 쪽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다들 다 같이 하시는 거죠?"

"너는 근데 우리 나가도 남아있는다고 했다며~~"

"저는 작가님들이랑 안 하면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아무튼 말은.."


그렇게 처음 술자리는 다행히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점이 되었다. 무겁고 침울할 줄 알았던 자리였는데 좋은 방향 좋은 곳으로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결국 작가 모두가 해체 없이 그대로 일을 하기로 했다. 나로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폭풍이 지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막내작가 다섯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