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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Dec 30. 2022

왜 살아요

뭐가 당신을 살게 하나요?

 내일모레면 서른이다.

10년 전 이맘때에는 성인이 된다는 설렘에 하루라도 빨리 가기를 바랐다면 지금은 30대가 하루라도 더 늦춰지길 바라는 걸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게 싫긴 한가 보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이라는데 이제는 그 밑천도 떨어져 간다. 종종 우울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높은 건물 창문밖으로 몸을 내던져 버릴까, 술에 만취해서 차에 치어버릴까, 하는 그런 극단적인 생각들... 결국 실행에는 옮기진 못한다. 저렇게 몸을 내던졌을대 차에 치어버렸을 때 실패한다면? 얼마나 아플까...

실천에 옮기지 않는 걸 보면 아프게 죽기는 싫고 편하게 살고는 싶은가 보다. 죽지 못해 산다는 게 이런 말인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까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건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건지 왜 사는지 20대 때는 젊으니까 그렇다고 쳤는데 이제는 아직 젊잖아 라는 말을 쉽게 꺼내기도 힘들다. 나만 유독 이렇게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이따금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하다. 

예전 SNS에서 본 영상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왜 사냐고 물어보는 콘텐츠로 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20대 초반)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영상을 보고 넘겼는데 재작년 쯔음부터 다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다.


그러게요, 그냥, 맛있는 거 먹으려고, 죽는 게 무서워서, 배우는 게 재밌어서, 꿈이 있어서 등등

만약 내가 저 질문을 들었다면?


"그냥? 그냥 살아요. 죽지 못해서 살아요. 언제라도 안 아프게 죽을 기회가 있으면 냅다 저부터 할게요! 죽으면 이 거지 같은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할 거 같은데 또 막상 기회가 오면 망설일 거 같다. 죽으면 이 거지 같은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제 굴레가 제 주변 남겨진 사람들에게 이어질까?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이런 거 보면 죽어서도 참 걱정이 한가득이다. 남은 올해는 얼마 안 남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뭘 하고 싶은 건지 진중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살아간다는 건 인생은 그런 굴레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사소한 삶의 기쁨(먹는 것, 배우는 것, 꿈)과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사소한 분기점이 굴레의 방향을 잡아주고 그것들이 모여서 자아내는 게 삶이라면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왜 사는지 명분이 되고 그 명분이 앞으로 내가 왜 살아가는지 잡아주는 분기점이 되고 그 분기점이 앞으로 삶에 대해 방향을 잡아준다면?


오늘도 새벽에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사소한 기쁨은 어디서 오고 난 왜 살아가는가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해보고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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