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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Jul 18. 2023

비 오는 날, 전화통화

nocturne ; 야상곡 

7월 내내 비가 내리는 느낌이다. 계속되는 축축한 날씨로 컨디션이 별로다. 

공기 중 습기가 사람도 눅눅하게 만드나 보다. 몸 컨디션은 나쁘지만, 마음 컨디션은 좋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생긴 변화 중 하나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터라, 커피를 끊고 차를 마셔본다. 

노니차, 귤피차, 작두콩차 몸에 좋다는 차는 다 샀다. 몸에서 카페인을 급격히 원하는 비 오는 날의 오후였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의 안부를 잠깐 묻고서는 엄마 얘기가 시작된다. 

요즘 들어 자꾸 아픈 몸, 늙었다는 생각, 얼마 전의 과소비까지 듣고 나면, 기가 좀 빨린다. 

최근 엄마가 부쩍 약해진 모습을 내비친다. 씩씩함을 넘어 드센 엄마였다. 마치, 불도저 같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내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파서 약을 먹어도 약효가 없고, 밥맛없고, 의욕 없는 삶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성숙해져 자주 하던 실수가 줄고, 세상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은 인간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생각보다 서글픈 일인 것 같다. 


 

지난날, 중요한 순간마다 날 힘들게 했던 엄마다. 

날카롭고 아픈 말을 내뱉고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 입속에 사는 나는 잘난 딸이 되었다가 못난 딸이 된다. 

힘들면 도망갈 것 같은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불안이 괜히 온 것이 아니었다. 결국 엄마는 떠났다.  

항상 혼자 이겨내야 했다.

매번 손을 내밀어 잡아주길 바랐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삶이 내 삶보다 팍팍했기에 나의 투정은 매번 묻혀버렸다.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자식으로서 품어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엄마의 친구가 아니다. 






내 경험상 친구 같은 부모는 별로다.


부모는 부모다워야 한다. 부모라는, 존재의 힘을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다. 내 시간이 밑거름 되어 아이에게 전해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단순하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생겼으니,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절대 떠나지 않는 것, 비난하지 않는 것, 
힘들 때 잠시 휴식하는 것, 서두르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다.
 

내가 부모에게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시작이 언제부터.. 왜인지 알 수 없다. 

부모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편하다...

틀렸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들 인생은 그들의 것. 내가 미련하게 부모인생에 발 담그고 살아간 것이다. 

본인 삶을 살고 싶어 날아간 그들이다. 

더는 붙잡지 않는다.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나는 나다.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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