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온 시간이 인식되는 시기마다 "와 시간 빠르다, 와 시간 빠르다"를 지겹도록 말하다가 어느 날은 이런 생각까지 이르렀다.
"죽는 날까지 이러다가 묘비명에 -시간 정말 빨리 갔다-라고 새길 듯ㅋ"
함께 있던 지인들과 깔깔대며 웃었지만, 진짜로, 그 정도로 매 번 느끼는 순간들마다 시간의 속도는 빠르게 느껴졌다.
지난 2021년 또한 돌이켜보면 정말 정말 빠르게 지나갔는데, 한 해를 정리하며 생각해보니 '빠르다=짧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벌써 1년이라고?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지만, 그 기간은 이야기를 쌓기에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 내가 그린 궤적들이 새로운 길로, 기회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작된 2022년, 나에게 또 한 살이 생겼다.
스물아홉의 나는 안정되고 싶었고, 동시에 안주하기 싫었다.
내가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고민하고, 탐색하고, 내면 깊이 파고드는 시간을 가졌었다.
강점 검사, MBTI 검사, 직업심리검사, 정신건강의학과 검사와 상담까지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려 시도했고, 지속할 수 있는 나의 업을 찾아갔다.
서른의 나는 세상에 나를 내놓았고, 독립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밑면이 넓을수록 높이 쌓을 수 있는 피라미드처럼, 나의 피라미드를 높이 세우기 위해 밑면을 차곡차곡 넓혀나가며 단단한 초석을 깔았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모임을 열고, 모임에 참여하고, 독서와 운동 자기 계발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글과 사진으로 그 과정들을 기록했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급하거나 위험하지 않게 어딘가에 속해서 나만의 일을 시작했다.
서른 하나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2022년 12월에 나는 나의 서른 하나를 어떻게 회고하고 있을까.
나의 초석이 기반을 쌓으면서 일과 삶에서 더 발전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올해가 끝나갈 때의 나는 독립적으로 홀로 서있지 않을까. 여전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과 모이면서 나의 일을 더욱더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빠르게 흘러간 시간들 속에서 나를 쌓은 시간들은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들과는 완전히 밀도가 달랐다.
작년과 재작년이 다르듯, 올해와 작년도 다를 것이다.
나에게 생긴 또 한 살.
서른 하나의 나를 멋지게 기억할 수 있게 나는 계속 시도해야지. 그리고 기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