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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Dec 12. 2023

'긍정적인 생각'이란?

심리학에서 낙천과 긍정, 그리고 유전 여부

앞으로 쓸 글은 결국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유리하다는 얘기이다.

기나긴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분명히 하고 가야 할 것이 있다.

긍정적인 성격과 부정적인 성격이 정해지는데 유전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먼저 논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유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생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반대 성향을 타고나 바꾸지 못하는 사람에겐 쓸모없는 얘기일 것이다.

한편 이미 긍정적인 사람은 알아서 잘 살고 있으니 앞으로 할 얘기가 쓸모없는 얘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우선 앞으로 다루고자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이 유전을 포함해 그것의 형성에 어떤 요소가 영향을 주는지,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룰 것이다.     



1. 긍정적(positive) vs 낙관적(optimistic)     

먼저 들어가기에 앞서서 계속해서 얘기한 ‘긍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과학에서는 긍정 혹은 낙관을 어떻게 정의할까?

심리학계에서는 긍정을 바라보는 가장 대표적인 관점은 두 가지이다.

한쪽에서는 긍정을 기질로 보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긍정을 인지양식으로 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차이에 대해서는 뒤에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

기질로서 긍정을 연구한 사람은 마이클 샤이어 교수가 대표적이며 인지양식으로서 긍정을 연구한 사람은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대표적이다.

어떤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나에 따라서도 해당 연구가 어떤 긍정을 다루는지를 알 수 있다.     


둘을 더 깊게 다루기에 앞서서 우선 우리는 ‘긍정’이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황이나 미래를 좋게 해석하는 ‘긍정적’인 성향은 ‘낙관적’ 혹은 ‘낙천적’이란 말로도 표현된다.

만약 이 둘에 대한 학술적 정의가 다르다면 우선 단어부터 교정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활용하는 영미권의 심리학 논문이나 서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심리학에서 ‘긍정’이라고 하면 ‘optimistic’과 ‘positive’가 쓰인다.

어떤 단어를 쓰는 게 옳을까?

두 단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까?

셀리그만 교수와 샤이어 교수 그리고 후속 연구자들의 논문 몇몇을 살펴보며 이 둘을 구분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자.

모든 논문을 살펴본 것도 아니고 구글링 한 정보도 활용했기에 낙관과 긍정의 차이에 대한 나의 결론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학계에서 구분하는가?

우선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낙천성 혹은 긍정적인 생각을 연구하는데도 학자마다 목표가 다르고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positive (thinking)와 optimism이 연구자마다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다.

Goodhart, D. E. (1985)는 사건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시점 차이 자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positive thinking과 negative thinking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Scheier, M. F., & Carver, C. S. (1985)의 optimism은 보통 dispositional optimism으로 표현하며 미래, 현재 상황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성향을 얘기한다.

Seligman은 1990년 자신의 저서 learned optimism에서 인지 양식으로서 optimism을 다뤘다.

해당 개념들은 유사하면서도 유의미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긍정과 낙관이 완전히 구분된다고 보기보다는 연구자마다 다르게 쓰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알맞겠다.     


하지만 연구자에 따라서는 optimism과 positive란 개념을 더 세분화해서 안 좋은 것과 좋은 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부 긍정심리학 연구자와 인지행동치료자들은 근거가 없는 optimism 한 생각을 unrealistic optimism 혹은 positive illusion으로 부르며 비적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낙천적인 생각을 경계한다. (Taylor & Brown, 1988)

이렇게 positive 혹은 optimism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으나 두 단어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는 심리학계에서 긍정 혹은 낙천을 다루는데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논문을 인용한 사람들마다 optimism을 부정적인 낙천성이고 positive가 긍정적인 낙천성이라고 주장하거나 그 반대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인 낙천성을 뜻하는 정확한 단어인 unrealistic optimism과 positive illusion을 쓰지 않고 줄여서 optimism이나 positive를 쓰기에 이런 주장들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글링을 하다 보면 가끔 긍정(positive)과 낙관(optimistic)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 연구 분야보다는 경영학 연구, 컨설턴트 분야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다.

강의의 구성이나 편의상 이러한 시도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결론

positive와 optimism을 어느 것은 좋고 다른 것은 나쁘다고 구별하는 시도는 애초에 연구자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optimism(or positive thinking)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positive와 optimism을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겠다.

이어서는 심리학계에서 다루는 다양한 낙천성(optimism, or 긍정적인 생각) 중 어떤 낙천성을 활용할 것인지, 해당 낙천성의 개념은 유전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지를 더 얘기해 보겠다.     



2. 심리학에서 긍정(낙천) : 기질적인 낙천성 vs 낙천적인 인지 양식

긍정과 낙천을 구분하며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따라서 앞으로 다룰 ‘낙천성(긍정적인 생각)’에 대해서 더 자세히 다뤄볼 차례이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기질적인 낙천성과 낙천적인 인지 양식을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

두 개념을 파악하며 앞으로 우리가 해나갈 얘기에는 어떤 개념이 더 알맞은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유전을 포함해 각각의 낙천성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을 알아보며 인간이 후천적으로 낙천적인 생각의 빈도를 조절해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1. 기질적인 낙천성 (dispositional optimism)

기질적인 낙천성은 다양한 미래 상황에서 보통 낙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성향을 뜻한다.

Scheier, M. F., & Carver, C. S. (1985)가 LOT라는 척도를 개발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검사를 활용해 낙천주의자와 비관주의자를 가려내며 다양한 정신, 신체 건강과의 상관성이 연구되었다.

설명양식이론에서 낙천주의자를 세 가지 기준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한 것과 달리 기질적 낙천성은 낙천주의자를 그저 미래를 좋게 바라보는 사람으로 정의해 많은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분명히 다양한 건강지표와 상관이 있으며 무엇보다 설명양식이론에서 측정한 낙천주의자와는 상관이 낮아 두 가지 개념이 분명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질적인 낙천성이 무조건 나쁘거나 낡은 개념이라고 보기보단 다른 측면에서 낙천주의를 측정하는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알맞다.     


- 측정 도구 : Life Orientation Test (혹은 그 개정판들)

-주요 연구자 : Scheier, M. F., & Carver, C. S. (1985)

-영향을 주는 요소 : 유전적인 요소가 25%나 된다는 쌍둥이 연구 결과가 있다 (Bornstein, Marc H. (2018). 다른 한편으로는 종단연구를 통해 환경적인 요소나 개인의 대처로 낙천성이 유의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도 나와 있다(Renaud, Jesse (2019)).     


-2. 결과, 현상에 대한 설명 양식 (귀인 / 설명양식 이론)

설명양식(귀인이론)에서 낙천성은 좋거나 나쁜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원인을 찾는 데 있어서(해당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하게 된다.

첫 번째로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지 자신 밖에 있는지를 고려한다. (internal vs external)

두 번째로 부정적인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하거나 유지될지 혹은 단순히 일시적인 상황인지를 고려한다. (stable vs unstable)

마지막으로 이러한 실패 혹은 성공이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될지 안 될지를 고려한다. (global vs specific)

설명양식에서 낙천주의자는 실패(나쁜 상황)가 일시적이며, 다른 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신 밖의 변수 때문에 일어났다고 여긴다.

반대로 성공은 계속되고 다른 일에도 적용될 것이며 자신 탓으로 여긴다.

마틴 셀리그만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러한 인지방식을 인지행동치료방식을 통해 훈련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낙천주의가 다양한 긍정적인 결과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설명양식의 낙천주의는 그 조건이 많아서 구체적이지만 간결하게 정리해서 파악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셀리그만의 낙천주의자가 '좌절하지 않는 사람'으로 조금 간단히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긍정 심리학자로 알려진 셀리그만이지만 그는 긍정 심리학 이전에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미 유명했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통제할 수 없는 고통에 일정 기간 노출된 강아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학습해, 이후 고통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조건에서도 무기력하게 고통을 순응했다는 실험 결과에서 나왔다. 

셀리그만은 학습된 무기력자가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설명양식, 귀인양식)을 연구했고 어떤 상황 판단, 생각이 좌절이나 포기로 이어지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연구는 나중에 그의 긍정 심리학 연구, 낙천주의 연구에도 이어져서 활용되었다.

이런 흐름으로 봤을 때, 셀리그만이 주장하는 낙천주의자를 간단히 정의하고자 한다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 사람, 좌절하지 않는 사람으로도 정의할 수 있겠다.

이렇게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을 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는 기질적 낙천주의의 정의와의 차이가 직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측정 도구 : Attributional Style Questionnaire (1982) (혹은 그 개정판들)

-주요 연구자 : Martin Seligman (1990)

-영향을 주는 요소 : 마찬가지로 쌍둥이 연구를 통해 일란성과 이란성의 일치도를 비교하니 일란성만 일치도가 나왔다. 하지만 표본도 작아 다른 요인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인지양식을 바꾸는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인지행동치료 방법을 통해 낙천적인 인지양식을 조성하는 방법을 만든 만큼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도 낙천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3. 낙천성은 유전인가?

이에 대한 답은 사실 모든 성향, 인지 양식에게 거의 다 적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성향이나 인지 양식에 유전이 가장 큰 영향을 주지만 그것만이 성향이나 인지양식을 정하진 않는다.

결국 성향이나 인지 양식은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그 모두를 고려해야 인간의 복잡한 성격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예측해 낼 수 있다.

낙천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낙천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 중 유전이 가장 강력한 요인이지만 다른 요인들도 분명 의미가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충분히 (기질적, 설명양식) 낙천성을 형성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설명양식 낙천성에 비해서는 기질적인 낙천성이 후천적으로 형성하기 어렵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좌절 극복이라는 목표를 갖고 설명양식 낙천성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설명양식 낙천성이 조금 더 후천적인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 앞으로의 글에서 쓸 ‘긍정적인 생각’ 이란?

두 가지 낙천성에 대해 다루고 그 낙천성이 모두 후천적인 노력으로 조절가능한지에 대해 얘기했다.

우선 앞으로 다룰 낙천성은 기질적인 것보다도 설명양식에 더 가깝다.

하지만 매번 세 가지 차원에 대한 이야기나 인지행동치료방법에 대해 얘기하며 셀리그만의 이론을 엄격하게 따라가진 않을 것이다.

글의 주제, 상황에 따라서 셀리그만의 이론에서의 낙천성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긍정, 낙천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글마다 따로 설명을 더 하겠다.     


한편 낙천성, 긍정적인 생각은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충분히 형성할 수 있다.

두 가지 낙천성에서 모두 후천적인 노력이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에서는 긍정적인(낙천적인) 생각이 왜 부정적인 생각보다 유의미한지를 주장할 것이다.

비관론자가 낙관론자로 바뀌는 것 가능하다.

때문에 앞으로 쓸 글은 낙관론으로의 전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낙관적인 성격이 삶에 좋다는 결과는 아주 많다.

하지만 건강, 멘탈, 성공 확률 등에 좋기 때문에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경쟁과 실패를 겪고 통제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며 낙관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는다.

이들에게 무작정 낙관주의가 장밋빛 인생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득해 봤자 통하지 않을 것이다.

통제되지 않는 주변에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세상을 차갑게 바라보게 된 이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들의 차가운 시선을 그들이 믿고 있는 비관주의로 돌려줘야 한다.

비관주의자로서 당분간은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는 장점이 있을 것이지만 그 대가로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면 계속해서 그러한 생각을 가져야 할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파악하고 다시 한번 냉정하게 낙관주의를 바라보게 할 것이다.

냉정하게 계산했을 때, 결국에는 낙관주의가 더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Bornstein, Marc H. (2018-01-15). The SAGE Encyclopedia of Lifespan Human Development. SAGE Publications. ISBN 9781506353326. (위키 재인용)     


Goodhart, D. E. (1985). Some psychological effects associated with positive and negative thinking about stressful event outcomes: Was Pollyanna righ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8(1), 216.     


Peterson, Christopher; Semmel, Amy; von Baeyer, Carl; Abramson, Lyn Y.; Metalsky, Gerald I.; Seligman, Martin E. P. (September 1982). "The Attributional Style Questionnaire “     

Renaud, Jesse (2019) Identifying the Developmental Origins and Predictors of Variability in Dispositional Optimism.     


Scheier, M. F., & Carver, C. S. (1985). Optimism, coping, and health: assessment and implications of generalized outcome expectancies. Health psychology, 4(3), 219.     


Schulman, P., Keith, D., & Seligman, M. E. (1993). Is optimism heritable? A study of twins.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31(6), 569-574.     


Seligman, M. E. (2006).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김현정, 신영철, 오강섭, 오윤희, 정지영 and 서동우. (2006). 긍정적 사고 척도의 개발 및 타당화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1(4), 767-784.     


백수경. & 고재홍. (2007). 자기고양편향이 행복감과 인기도에 미치는 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1(1), 89-104, https://doi.org/10.21193/kjspp.2007.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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