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우 Jan 17. 2023

호캉스의 원조가 크캉스

떠 다니는 섬, 크루즈 여행 이야기

국내에서 10여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호캉스. 비싼 항공료 및 교통비를 지출하면서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떠나야 했던 여행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가벼운 가방 하나만으로 집 근처 도심에 위치한 호텔에서 호사스러운 휴가를 보내는 여행 방식이다. 고가의 호텔 객실료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이동이 필요치 않은 호캉스는 오히려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젊은층으로부처 사랑받는 인기 여행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호캉스 개념은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 출발하였다. 소설 및 문학 작품에서 상류층들이 즐기는 휴가 방식으로 ‘스테이케이션’이 언급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여행 트렌드였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한 곳에 머물러 휴가를 보낸다는 의미인 스테이 베케이션(Stay+Vacation)의 줄인 말이다. 그리고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를 ‘호텔 스테이케이션’(Hotel Staycation)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라는 의미로 ‘호캉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객실을 비롯해서 실내외 수영장, 식당, 바, 스파 등 다양한 시설 및 서비스를 갖춘 호텔에서 보내는 호캉스의 원조가 알고 보면 ‘크캉스’ 였다는 사실이다.


크루즈에서 즐기는 바캉스다!


호캉스에서 즐기고자 하는 모든 서비스와 시설이 아니 그 이상을 크루즈 여행에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루즈 여행의 일정 중 씨데이가 크캉스를 알차고 여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다.


크루즈 일정에는 “At Sea” 또는 “Sea Day”로 표시되는 날이 있다. 씨데이(Sea Day, 해상일)는 크루즈 일정 중 기항지에 도착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바다를 항해하는 날이다. 크루즈 라인 및 노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7박 일정의 크루즈는 최소 1일에서 최대 4일까지의 씨데이를 포함하고 있다. 대서양 및 태평양 횡단의 노선은 씨데이가 3, 4일 연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기상 악화 및 기항지 여건 상 입항이 취소될 경우 간혹 기항지 일정이 씨데이로 변경되기도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씨데이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는 크루즈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오해에 지나지 않는 얘기다. 선내 곳곳의 여러 시설을 여유롭게 이용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씨데이야 말로 크루즈 여행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눈부신 일출을 바라보며 요가 수업으로 몸과 마음을 깨우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실내외 수영장에서의 물놀이 후 썬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요리 강습에 참여하고, 호사스러운 정찬을 음미하고, 라이브 밴드 및 대극장에서의 화려한 공연 관람 등 비현실적인 일상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씨데이에서 경험하게 될 평범한 크캉스의 하루다.


씨데이 크캉스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이른 아침 눈부신 태양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아침은 룸서비스. 발코니 원탁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을 올려놓고 가장 호사스러운 식사를 한다. 시각, 청각, 후각까지 호사를 누리게 해 누는 망망대해는 덤.



아침식사 후 무료로 제공되는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헬스클럽에서 뭉친 근육을 풀어본다.



풀장 주변에 놓인 썬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짜릿한 워터 슬라이드도 도전한다.



영국의 부유층 사회계급에서 시작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달콤한 케이크와 과일을 곁들여 차 문화를 음미하며 ‘작은 사치’를 부려본다.



파스타가 요리 강습과 중앙홀에서 펼쳐지는 라인댄스 강습에 참여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유혹하는 카지노는 패스.



미니 볼링장과 F1 카레이싱에 신난 아이들. 락클라이밍과 미니 골프도 도전해 본다.



잘 먹고 잘 놀다 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하지만 본격적인 저녁 크캉스는 지금부터다.


일반적으로 포멀나잇은 씨데이에 적용된다. 포멀나잇은 드레스 코드로 여성은 드레스 남성은 턱시도 및 짙은 정장을 추천한다. 메인다이닝룸에서는 특식이 제공되기도 한다.



화려한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공연이 매일 밤 펼쳐진다. 적게는 1천 명에서 많게는 3천 명에 가까운 승객들을 수용하는 대극장은 뮤지컬, 코미디쇼, 영화상영 및 각종 공연이 제공되는 장소다.



라운지에서는 늦은 밤까지 재즈 공연이 이어지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 실내 체육관에서는 댄스파티가 열린다. 크루즈를 타면 잠이 없어진다더니 사실이다.



잠들지 않는 크루즈선. 씨데이 크캉스 하루가 드디어 저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