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맹 Aug 16. 2024

나는 오늘 티셔츠 2장 대신 책 2권을 샀다.

나이키에서 'Up to 70%'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말이다.

"마침 요새 드라이핏 상의가 필요하긴 했어."

정말로 필요했는지 아니면 '70%'라는 숫자가 죄책감 없는 소비를 부추겼는지는 모른다.

평소에는 한적한 매장이 사람들로 꽉 찼다. 세일 폭이 크면 예쁜 옷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지만, 역시나. 그런데 마침 드라이핏 상의가 내가 좋아하는 그레이 컬러로, 내 사이즈만 진열되어 있었다.

별 고민 없이 탈의실로 향해 입어보니 딱 내가 예상했던 핏이었다. 50% 해서 14,500원인데, 1장 살 돈으로 2장을 살 수 있잖아 이건 무조건 사야지! 하지만 계획적이지 않은 소비는 항상 후회만을 남겼는걸? 그렇게 나는 고민을 안고 탈의실을 떠났다.


결국 빈손으로 매장을 나왔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휴일. 독립하고 새로 생긴 취미인 가구 채우기가 생각났다. 사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올 때마다 책 한 권씩을 구매해서 다음 휴가 전까지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애정하는 빈티지 수납장(아이 러브 매스티지데코)에 채우고 있다.

그렇게 알라딘으로 향했다. 요즘 관심 있는 '삶'을 키워드로 삼아 검색하고, 끌리는 제목의 책 두 권을 찾았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가격은 15,500원으로, 티셔츠 한 장 값과 거의 동일하다.


결국 책 두 권을 사서 매장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과 버스에서 책을 읽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작가가 말하길:

"돈 만 원으로 옷을 산다면 소유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책을 구입하여 독서한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오늘 내가 했던 고민에 부끄러움도 잠시, 나는 내 오랜 소유 가치에 대한 욕망을 이겨내고 존재 가치를 높였다는 생각에 살짝 우쭐해졌다. 요새 정보를 습득할 목적으로 객관적 독서를 하고 있던 나에게 이번 경험이 주관적 독서로의 길을 열어준 것 같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매우 고조되어 있다.


이래서 내가 경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