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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Aug 05. 2023

"아빠 곧 죽어"


아빠와 연을 끊고 지낸 지 1년 정도가 되어간다.

사실 자매들 중 나만 아빠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언니와 동생을 통해 아빠 소식을 듣곤 하는데, 며칠 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많이 울었는지 잠긴 목소리로 전화가 왔었다고. 


친한 친구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실 그전에도 몇 살 차이 안나는 형님이 돌아가셨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생은 "아빠친구분들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가시지?" 하며 씁쓸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나도 모르게 톡 쏘아붙이고 말았다.


"그렇게 술을 마셔대니 그렇겠지!" 



순간 아차 싶었다. 

그냥 "그러게나 말이다~"하고 넘기고 그 말은 목구멍으로 삼켰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전해 들은 아빠의 생활은 아직도 술술술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울컥 화가 났다. 친구의 죽음을 가까이서 보았으면 당연히 본인도 일말의 두려움을 느꼈을 터. 그런데도 아빠는 그날 술을 마셨을 테지. 그날은 마침 할아버지의 기일이었으니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부모님이니 기본은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야. 내 어린 시절을 망쳤고 나는 많은 기회를 아빠에게 줬음에도 그걸 걷어차버린 건 아빠지 내가 아니야. 


1년 전의 뾰족한 다짐이 간간이 들리는 그의 소식에 무뎌지기라도 한 듯 내 마음에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럴 때 생각한다. 만약 아빠의 부고소식을 듣는다면 내 기분이 어떨까?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내가 아니라서인가 보다.




어렸을 때 아빠는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아빠는 곧 죽는다는 얘기를 해서 우리를 울렸다.

내가 초등학교 1, 2학년때부터의 기억이니 더 어렸을 때부터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술을 많이 마셔 간이 안 좋았던 아빠는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는 자고 있는 우리를 모두 깨워서 "아빠 곧 죽어"라고 얘기했고, 그때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곧 아빠가 죽기라도 할 것처럼 불안에 떨면서. 


아빠는 그렇게라도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걸까? 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나중에 머리가 크고 나서는 아빠의 그런 말에 코웃음 쳤던 것 같지만. 


언제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아빠가 준 건 불안이었다. 

그 불안은 쌓이고 쌓여 지금까지도 여러 방식으로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불안과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우울까지 불러들여서는 나를 무기력의 늪에 빠져들게도 만든다.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씩 아빠 소식을 들을 때면 또 여러 생각이 든다. 

부모 자식 간의 애착관계가 참 중요하다는데,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미치는 영향이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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