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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Nov 24. 2023

'갓생러'에게 물었다.

How do you live like that?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는 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실은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아 메모장에 가득가득 두서없는 글들을 적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하루들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백수가 되었다는 것.



결혼을 했으니 전업주부...라고 하고 싶지만,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에 크게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전업주부라는 타이틀로 스스로를 위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


(백수가 된 이야기는 천천히 풀어나가겠지만)

오늘은 글이 너무 쓰고 싶어 갑자기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글을 올려본다. 


최근 들어 이 나이 먹고(?) 1인분의 몫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변 친구들은 한창 본인들의 무대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거나, 아이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꾸려 잘 사는 듯 보이는데 나는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니 자괴감이 심하게 왔다. 


그렇다고 당장 보통의 가정처럼 보이려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계속 참고 회사를 다니는 것도 힘들게 되자 결국은 또 도망을 쳐버렸다.


다행히 남편은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했으니 쉬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왠지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잔뜩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괜한 자격지심으로 남편도 겉으로는 웃으며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나를 한심하게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병까지 가지게 되었다.








최근 각종 SNS와 유튜브에서 갓생, 갓생 챌린지등과 관련된 영상을 보며 잠깐의 자극과 함께 다시금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면서도 왠지 자꾸 보게 되었다. 회사 가기 전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해서 열심히 일한 후, 퇴근 후에는 따로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는 생활패턴인 일명 갓생.




저런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회사 하나도 다니기 힘들어서 이러고 있는 건가? 싶어 한없이 쪼그라들어버리는 패턴의 반복.


어느 날 알고리즘에 뜨는 갓생챌린지를 보다 문득 든 생각.

"아??? 이거 우리 남편이랑 똑같은데?"


(비록 몸매는 고도비만이지만) 출근 전 새벽부터 헬스장에서 운동 후 출근. 야근까지 하고 온 날에도 집에 와서 공부하는 우리 집 갓생챌린지 실천 중인 1인이 있었다는 것. 회사 다니는 와중에 석사와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틈틈이 특강과 기업심사에도 참가하는 갓생러인 그에게 물었다.



"유튜브의 갓생러들은 다 여자들이라 오빠랑 매치가 잘 안 됐어.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오빠가 그 사람들처럼 살고 있더라고.. 오빠는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어떻게 10년 가까이 그렇게 생활할 수 있는 거야?"
"갓생? 나는 내가 사는 게 그런 대단한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 물론 가끔 육체적으로 힘들긴 한데 못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내 생활이 싫지도 않고ㅎㅎ"



그랬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온갖 짜증을 다 내는데,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 준비를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박사논문을 쓸 때 교육휴직을 내고 엄청 예민해진다는 시점에도 그는 휴직은커녕 짜증 한번 내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는 내 말에 본인도 내심 이유가 궁금했는지, 아니면 나에게 뭔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남편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 무서운 거 알지?

(시아버지 무서운 거 RGRG...)

내가 사춘기도 없이 지내다가 처음으로 아버지 말씀에 반항(?) 한 게 교대가라고 한 거 안 간 거거든. 고등학생 때 갑자기 PD가 되고 싶어서 재수, 삼수까지 해서 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그 전공 살려서 지금까지 일하는 게 내가 인생에서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거라고 생각해. 물론 원하는 PD는 못됐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지금이 질리지가 않아. 공부도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이 분야에서는 진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계속하게 되고."





멋져 보이는 SNS의 수많은 갓생러들의 동기와 마음이 어떤지는 모두 알 수 없지만, 바로 옆에서 10년 가까이 갓생을 살고 있는 남편에게 들으니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치열한 자기 고민과 노력이었다.


그저 안정적인 삶이면 만족할 줄 알고 공무원이 되었다가, 멋진 몸매의 여자들이 부러워 필라테스를 배웠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감과 기분 좋은 향이 좋아 아로마테라피와 디자인비누 자격증을 땄다. 나는 자기 고민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욕심이 과한 걸까?


다시금 백수가 된 최근, 나름 거금을 투자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이 분야가 나에게 맞길 바라며 또 한 번 IN PUT을 넣었는데 언제쯤 OUT PUT을 낼 수 있을지..


40대가 되기 전에는 내 무대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전에 마음껏 흔들려볼 예정이다.

그리고 흔들리며 단단해지는 나와, 이미 단단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갓생러 남편의 얘기를 담아보려 한다.





+

기분 좋은 얘기보다는 방황하고 우울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구독자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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