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isbumpy May 31. 2023

언제나 생각 길었고, 행동은 짧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운명 같았고, 운명이라고 하기엔 필연처럼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인지,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에 매일을 반성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꿈은 꽤 멋졌다. 몽상가가 멋지게 꿈을 꾸고, 실천이 아닌 다시 그 꿈을 꾸기 위해 침대에 다시 드러눕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생각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고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 고민은 되려 스스로를 옭아메는 짐이 되곤 했다.


많은 생각은 독이 된다는 말처럼 가끔 생각은 자라나 내 목을 조이곤 했다. 목이 졸려 죽는 사람은 일말의 순간, 도파민의 과대 분비로 일종의 희열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생각의 굴레도 마찬가지로 내게 잠시 거지같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환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환상은 다시 맛보고 싶을만큼 달콤했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 매일을 몸져 누웠고, 다시 좋은 꿈이 찾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꿈은 잡히지 않고 사라질 뿐, 현실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처럼 그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결국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간절함은 배부른 간청에 불과하다.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에게는 괘씸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사자는 그것이 최선이다. 그거 알고 있나? 이 사실을 알기까지 세상 밖으로 나와 거울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직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그 어떤 노력보다 어려운 움직임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바로 보는 것이다. 매일을 반성의자에 앉아, 나의 불쾌한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 이는 매번 새롭게 역겹다. 그래도 이 짓을 하다보면 같은 실수를 면할 기회를 종종 얻게 된다. 실수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복하지 않을 선택의 순간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 중 첫 번째는, “스스로의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 시작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미 오랜 세월 함께한 못된 습관이라 고치기 어렵지만, 그것이 뾰족해 보이지 않도록 다른 면을 부각하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안을 둘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완벽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에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나는 부족한 면을 하나씩 메꾸어 강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운명 같았고, 운명이라고 하기엔 필연처럼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덕분에 생각은 길고 행동은 짧지만, 결과는 늘 강력했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움직임이었기에 적은 몸짓으로 더 나은 효율을 내고,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머리는 24시간 바쁘다. 


누군가 내게 생각이 많은 것은 독이라고 했지만, 나는 다르다. 이것을 ‘힘’이라 말한다. 적은 에너지로 더 나은 결과를 얻는데 큰 힘을 주는 양분이자, 하나의 조력자라고 해야할까? 생각과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은 독이 아닌, 되려 많은 돈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진귀한 생각이 이어질 수 있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인데, 이 능력은 근육과 같아서, 의도적으로 발달시키지 않으면 일상생활 구현능력정도로만 움직이는 듯 하다. 단, 훈련을 통한다면 모든 현상과 생각에 꽤 괜찮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터무니 없는 질문이 아닌, 문제를 파악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본질에 다가가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런 질문 말이다.




오늘도 나는 반성 의자에 앉아 하루를 돌아본다.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며, 다음을 생각한다. 다가온 기회가 나와 이어지는 점인지, 혹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어볼 수 있을지. 오늘 뱉은 언행은 타인으로 하여금 어떤 마음을 얻었는지, 그것이 불쾌감이라고 한다면 어떤 발언으로 시작되었고, 어떻게하면 그것을 기분나쁘지 않도록 표현할 수 있을지. 오늘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고, 실제로 한 것은 무엇이며 게으름에 하지 못한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게으름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실수가 반복되었다면, 이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장치는 무엇인지.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재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