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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y 13. 2024

5월의 마야사 싱잉볼, 봄꽃 그리고 팥빙수

부처님 오신 날을 사흘 앞두고 청주 가덕 성모산 자락에 있는 ‘마야사’를 찾았다. 마침 마야사의 ‘마야’는 부처님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부처님은 기원전 563년 지금의 네팔인 인도 북부 카필라 왕국에서 사카족의 슈도다나와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야사 주지인 현진스님은 부처님을 탄생시킨 마야 부인의 마음처럼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전국에 ‘마야사’로 이름을 붙인 사찰은 대략 다섯 손가락 안쪽이지만 이 중에서도 청주 가덕 마야사는 창건 12년으로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분위기가 가장 독특하다는데 한 표를 던진다. 사찰보다는 불교적 색채가 있는 전원카페라고나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가람의 배치 양식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정원도 세심하고 참하게 가꾸었다. 또 결코 크지 않은 사찰에 정갈한 템플스테이, 안도다다오풍 카페, 널찍한 갤러리, 불교용품 매장, 꽃이 만발한 산책로 등 대형사찰에만 볼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이날 마야사를 찾은 것은 사찰 내 갤러리에서 ‘싱잉볼에 꽃피었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이채운 명상가겸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티베트에서 싱잉볼을 공부했다는 명상가와 사적인 인연은 없다. 다만 싱잉볼이 신기했다.


그는 청정한 불성(佛性)을 의미하는 백련과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미 상당수 작품에 판매됐다는 표시인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정작 시선을 잡아끈 것은 갤러리 한가운데에 가지런히 놓아둔 방짜유기 형태의 20여개 다양한 ‘싱잉볼’이었다. 처음엔 아프리카 부시맨이 콜라병을 처음 보고 신기해한 것처럼 “대체 뭐 하는 물건인고?’하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채운 명상가가 개량한복 차림으로 등장해 싱잉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싱잉볼은 이를테면 노래하는 명상주발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싱잉볼 표면을 문지르거나 두들겨 울림 파장을 일으키는 일종의 종이다.


이 명상가는 “싱잉볼을 치면 웅~~ 하는 규칙적이고 미세한 소리가 발생하는데 이때 진동이 함께 공기로 전달된다”며  “몸속의 깊은 세포까지 전달돼 온몸을 이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의 권유로 직접 싱잉볼을 전용봉으로 친 뒤 양쪽귀에 번갈아가면서 대보았더나 플라세보 효과 때문인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느꼈다. 



명상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주지인 현진스님이 들어왔다. 작업복 차림의 스님은 작달막한 키에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정원을 가꾸다가 들어온 듯했다.


스님에게 “마야사가 정통사찰과는 결이 다른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운 정원, 갤러리가 돋보인다”고 덕담을 하자 그는 “사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스님은  마야사 작은 정원이 이곳을 찾는 모두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소망했다.


갤러리를 나와 정원을 둘러보았다.. 2년 전 ‘소설(小雪)’에 방문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바람이 불면 저절로 종이 울리는 ‘명상의 집’을 지나 산책로를 걸으니 봄꽃이 지천이었다. 풍성한 불두화와 프랑스국화밭, 붉은색 작약, 능소화가 경내 이곳저곳을 환하게 밝혔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찰 찻집인 ‘마야카페’에 들러 메뉴판을 살펴보니 찻값이 교회와 성당 카페의 두배로 스타벅스보다 비쌌다.  우리는 ‘팥빙수’를 시켰다. 가격은 13,000원. 놋그룻에 담긴 팥빙수를 비운 지인은 이 정도면 6000원이 적정가격이라고 했다. 


난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웬 가격 타박이나”고 가볍게 핀잔을 주었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사찰은 ‘불교대중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얄팍한 상혼이 스며들고 있었다.  


현진스님은 저서 '수행자와 정원'에서 "나도 남은 인생 꽃처럼 웃다가 친절을 베풀며 아름답게 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겐 '수행자'보다는 '사업가'의 면모가 돋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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