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철도편
안녕하세요,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오늘의 <부산행> 두 번째 소스는, 영화가 전개되는 장소인 우리나라 기차와 철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다들 아시죠? 디핑은 막상 영화 얘기보다는 영화를 핑계로 그 내막에 있는 여러 가지 숨은 이야기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 이번 소스도 스포 없이, 영화 얘기인듯 아닌듯, 이상하고 알차게 준비했습니다.
디핑러 여러분들은 <부산행>을 어디에서 보셨나요? 어쩌다 보니 디핑 팀의 둘 모두, 타지에서 서울로 향하는 교통편 안에서 영화를 봤어요. 다행히도 부산행은 아니었지만 기차 안이라는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괜히 좀비가 나올까 걱정 아닌 걱정이 들더라구요. 그런 와중에... 타고 있던 기차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영화속에 나오는 열차는 실제로 존재하는 열차 번호일까? 혹은 제작진이 임의로 만든 것일까? 영화 속 열차 노선은 실제로 존재하는 노선일까? 부산 말고 다른 데로 갈 순 없었을까? 이런 것들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 고속철도와 주요 기차역들에 대해서 조금 알아볼까 합니다. 사는 데는 지장 없는 정보들이지만 괜히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디핑은 이런 이야기를 한답니다.
부산행 열차, KTX 101
중앙선과 경부선
제 2의 시나리오: 대전역, 동대구역 탈출하기
극 중에서 주인공들이 타는 열차는 KTX 101 열차입니다. 서울 - 천안아산 - 대전 - 동대구 - 부산으로 이어지는 열차로, 대전역과 동대구역에서 정차하게 됩니다. 앗, 스포 아니냐고요? 걱정 마세요. 역에 대한 정보만 언급할 뿐 자세한 이야기들은 하지 않을 거랍니다.
✔ KTX 101 열차?
KTX 101 열차는 실제로 존재하는 '부산행' 열차입니다. 실제 노선도를 찾아 영화속 노선도와 비교해 봤어요. 먼저 현재의 노선을 찾아보면요.
2021년 현재 기준
서울 - 광명 - 천안아산 - 대전 - 동대구 - 밀양 - 구포 - 부산
으로, 영화속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설정 오류인 걸까요? 영화가 나온 2016년도 당시의 노선을 찾아보았습니다.
2016년도 기준
서울 - 광명 - 천안아산 - 대전 - 동대구 - 신경주 - 울산 - 부산
6개년의 열차시간표를 조회해본 결과 2020년도까지는 울산을 경유하는 아래의 노선을 사용하였고, 2021년부터 구포를 거쳐 부산으로 가는 위의 새로운 노선으로 개편되었어요.
즉, <부산행>은 영화가 개봉된 당시의 실제 열차와 노선을 그대로 사용한 셈입니다. 본문 내용만 보면 영화 속 노선도와 조금 달라 보이는데요. 사실 <부산행> 영화에서는 노선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서울역을 지나 실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곳은 천안아산역으로,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나 영화 속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써두었습니다. 또한 동대구역 이후부터는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에도 다른 역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 잠시 지나가는 열차 시간표를 참고하여 울산을 경유하는 노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좀비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위와 같은 노선대로 이동할 예정이었겠죠?
갑자기 노선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핑이 또 찾아봤습니다.
기존의 KTX 101 열차는 국내에서 운행하는 여객 열차 중 '제 1열차'로, 매일 가장 먼저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열차였습니다. 영화속에서도 5시 30분이라는 이른시간에 출발하죠. 하지만 2021년부터 KTX 노선의 운행번호 체계가 아래의 표처럼 변경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부산행> 속에 등장한 KTX 101 열차는 동일한 노선과 시간을 유지하여 KTX 1번 열차로 번호가 바뀌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올해 운행번호가 바뀌게 된 것은, 드디어 중앙선에도 KTX가 개통되었기 때문인데요. 중앙선 KTX 열차가 700번대 번호를 받으면서 열차 운행번호 체제가 전면적으로 개편되었습니다.
✔ 중앙선? 그건 뭐야?
m중앙선은 청량리역에서 경주역까지를 잇는 철도선입니다. 기존의 중앙선에는 KTX 열차가 다니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중앙선이 지나가는 경북 내륙지역은 이동시간이 길고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도 떨어졌죠.
21년 1월, 중앙선 KTX노선이 개통되었습니다. 현재는 청량리 - 안동 구간이 운행중이며, 22년말 까지 안동 - 부전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원주까지는 46분, 안동까지는 2시간이 걸립니다. 기존 무궁화 열차로는 안동까지 4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었죠. 완성 후에는 청량리역에서 부전역까지 2시간 5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특히 새로 개통되는 노선이 신해운대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관광지인 해운대로의 접근성을 기대하는 듯 해요. 2년후에 영화를 만든다면, 지금과는 다른 노선으로 <부산행>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개통된 중앙선의 KTX는 KTX-이음이라는 새로운 열차를 사용합니다. 국내 기술로는 최초의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라고 합니다. 기존의 KTX와 KTX-산천은 동력 집중식 열차로 앞뒤에 동력차를 달고 있었는데요. 그와는 달리 열차에 동력장치를 골고루 분산시킨 방식입니다. 또한 KTX-이음은 전기 열차로,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열차라고 해요.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이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좌석별 개별 창문, 콘센트, USB포트 2개,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을 갖춘 것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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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선과 경부고속선, 차이가 뭐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부산행 열차를 조회해보면, 열차마다 경유하는 역들이 조금 달라요. 경부선 혹은 경부고속선을 이용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가지 노선 모두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것인데, 어떤 점이 다른 걸까요?
경부선은 1905년 경 일제에 의해 들어선 노선인데요. 해방 이후에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왔어요. 전쟁 후 국가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던 경부선만으로는 교통량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고속철도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경부고속선입니다. 말 그대로 고속열차 전용 노선인 것이죠.
위의 지도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부선, 점선이 아닌 실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경부고속선 노선입니다. 똑같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간다 하더라도, 경부선은 수원역과 천안역을 지나가고요. 경부고속선은 천안아산역을 지나갑니다. 대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노선도 마찬가지로 경부선은 밀양 등 경남을 통과해 들어가지만, 경부고속선은 신경주를 지나 울산을 통해 부산에 도착한답니다.
영화 속 열차는 대전역과 동대구역에서 잠시 정차합니다.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도 좀비들이 몰려와 결국, 제목 답게 "부산행"을 택하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부산이 아니라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 교통의 도시, 대전
먼저 대전역입니다. 대전은 교통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호남선 또한 지나가는 곳입니다. 당연히 부산행 외에도 다양한 노선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상황은 달랐어요. '대전'에서 호남선을 이용 할 수 있는건 사실이지만 '대전역'에선 호남선을 이용 할 수 없다는걸 알게 되었는데요.
예전엔 '대전역'에서도 호남선을 이용 할 수 있던게 맞아요. 다만 쉬운 방식은 아니였죠. 서울에서 대전역에 도착한 후엔 노선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차의 방향을 반대로 돌려 가야 했습니다. (tmi!)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환승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때 잠시 승강장의 식당에서 가락국수�를 시켜먹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전역의 가락국수가 유명해졌다고 해요. 현재의 호남선은 대전역 전인 대전조차장역에서 갈라져 서대전역으로 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답니다.
정리하자면, 상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전역에선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부산방향으로 달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중간에 정차하고 싶은 역이 있다면 경부선과 경부고속선 중 어느것을 이용 할 것인지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행> 영화에서 대전역에 잠시 정차한다는 것 말씀드렸죠. 다만 실제로 역사 내 장면들을 촬영한 곳은 대전역은 아니고요. 삽교역, 행신역, 부전역, 파주역 등 여러 기차역을 돌아다니면서 분할 촬영했다고 해요. 지난 번 레터에서 보여드렸던 장면이 바로 대전역에 정차했을 때 나온 씬인데요, 촬영은 부전역에서 했다고 해요.
영화 속 깨알 정보 또 있어요. 코레일 본사가 바로 대전역 근처에 있거든요. 영화에서 대전역에 진입할 때, 높은 건물 두 개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바로 그 건물이랍니다. 해당 건물은 철도기관 공동사옥으로, A동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있고, B동에는 국가철도공단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다만 실제 하행 선로의 열차 안에서 창 밖을 볼 때에는 승강장 지붕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는대요. 부산행 첫 번째 무대인 대전에 진입하고 있다는 효과를 주기 위한 영화적 연출인 걸로!
✔ 경부선의 중심지, 대구
축하드립니다, 동대구역까지 무사히 왔어요. 동대구역은 경부선의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곳입니다. 서울역 다음으로 이용승객이 많고요, 정차 횟수에서는 서울역을 앞선 1위라고 해요. 동대구역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열차가 분기되는 지점이라는 거예요. KTX-산천 복합열차의 경우, 서울에서 하행할 때 목적지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열차(포항행 열차, 진주-마산-부산행 열차)가 하나로 이어져서 출발합니다. 그대로 동대구역까지 달린 다음에, 1~8호 열차와 11~18호 열차로 나뉘어서 각자의 목적지로 분기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호실을 잘못 보고 탔다가는 부산이 아니라 포항으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KTX-산천 열차를 타실 때에는 탑승시 꼭 열차번호 혹은 행선지를 확인하고 타는 것이 좋겠죠?
대신 우리는 좀비들을 피해 부산 말고 다른 데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까요, 이 점을 이용해 볼 수 있겠는데요.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이용해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포항으로 이동하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부선에는 부산 말고도 포항을 목적지로 하는 KTX 노선이 있어요. 다만 포항 뒤 동해안 라인의 역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궁화 열차를 타야 합니다.
2. 신경주 - 울산을 통과해 부산으로 이동하기
영화와 동일한 방법입니다. 경부고속선 노선을 그대로 이용해요.
3. 경전선을 이용해 경남지역으로 이동하기
경부선을 타고 동대구역 다음인 밀양까지(2021년 기준) 왔다면 경전선을 이용할 수 있어요. 경전선은 경남 밀양의 삼랑진역과 광주광역시의 광주송정역을 연결하는 철도입니다. 하지만 경남과 전남을 연결함에도 전 구간에서 KTX를 이용할 수는 없고, 진주역까지만 연결이 되어 있어요. 결국 KTX 열차를 타고서는 경산 - 밀양 - 진해 - 창원중앙 - 창원 - 마산 - 진주역에서 정차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긴박해져 전라도까지 가야 한다면, 1번과 마찬가지로 무궁화호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좀비나 극한의 상황을 피해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탑승했다면? 여러분들은, 어디로 가시겠어요?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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