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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스 Aug 27. 2023

날씨를 사랑하는 일, 도시텃밭

작물 하나 키우는 것의 힘

경제성을 따져볼 때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해 먹는 것은 시장에 가서 유기농 채소를 사 먹는 것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텃밭을 가꾸는 목적 중 하나는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벗어나 보자는 데 있다. 효율성과 경제성이야 말로 인간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까닭에, 우리의 본성이 효율성과 경제성을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외면해 보자는 것이다. <소농의 공부>, 조두진


저는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3가지 있는데, 1.데드라인, 2. 퀄리티, 3.효율성이에요. 저의 업무는 주로 제가 시작을 해도 팀원과 협업을 통해 결실을 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효율성이에요.


그리고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면서 배워서 업무에서도 잊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 '언어의 경제성'이에요. 모든 단어는 동일한 의미가 있지 않다는 것인데요. 저는 기획을 하고 라이팅을 작성하기 때문에 이 '경제성' 또한 제 업무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도 해요.


그런 제가 '소농의 공부' 조두진 작가가 말하는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벗어나'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하고 있어요.


소농의 공부, 조두진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이래 상상하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2015년, 2016년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9퍼센트가 텃밭과 관련해서 앞으로 할 일, 텃밭농사 계획, 요리나 나눔, 이웃과의 만남 등에 대해 자주 상상을 한다고 답했다. 29퍼센트는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소농의 공부>, 조두진


저는 이제 4개월 차 도시농부예요. 텃밭을 일구면서 안 좋았던 점이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아직은 4개월 밖에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안 좋았던 점은 없어요. 그러면 텃밭을 가꾸면서 좋았던 것,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매우 많더라구요.


내가 뿌린 씨앗에서 내 손으로 거두는 다양한 결실

내가 키운 작물로 어떤 요리를 해먹을지에 대한 상상과 현실로 이루어진 식탁

주말에 밭에서 바로 딴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즐거움

친구들에게 내가 키운 작물을 나눠주는 뿌듯함

당뇨가 있는 엄마의 혈당 수치 감소!!!

텃밭을 주제로 나누는 가족과 친구들 간의 풍부한 대화의 증가

벌레에 대한 무서움 다소 극복

주말의 꾸준한 텃밭 관리를 통한 체력 증진 및 원기 회복

텃밭 운영과 관련된 서비스 기획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마치 슈퍼푸드의 효능처럼 텃밭이 건강한 삶을 위한 만능 활동처럼 기재한 것 같지만, 4개월 차 도시농부인 저에게는 위에서 나열한 것 외에도 텃밭을 일굼으로써 정말 다양하고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텃밭에서 받은 가장 큰 영향은 날씨를 사랑하게 된 것이에요.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 생활 속의 소음이 멀어지고, 매일 떠오르는 태양에 감사하고, 제때 내리는 비에 감격한다. 때로는 내리지 않는 비를 기다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고 보내던 가느다란 한줄기 바람에도 깊은 감명을 받는다. 소년 시절, 짝사랑하는 소녀를 기다리는 애틋한 안타까움 같은 감정 말이다. 잊고 지내던 꽃과 새, 바람과 달빛을 느끼게 된다. 정성을 다해 가꾸는 채소가 있기 때문이다. <소농의 공부>, 조두진


저는 밤하늘은 꽤나 사랑하지만, '날씨를 사랑하는 사람인가?'라고 물어보면, 아니었어요. 비 오는 소리와 눈의 뽀득이는 감각이 좋기는 했지만, 조두진 작가가 말하는 감정들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텃밭을 가꾸고 나서는 '비'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안타까움과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어요.


봄비, 여름비처럼 가끔 내리는 비는 밭에 가지 않아도 작물에 물을 줄 수 있어서 고마웠고, 비가 장기간 내리지 않고 뙤약볕일 때는 땅이 너무 말라서 수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고, 장마철과 기상이변으로 인해 폭우가 내릴 때는 작물이 너무 물을 많이 먹어서 과습으로 작물이 상하지 않을까 안타깝고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텃밭을 일구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 하나에도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책은 ‘마법’이 워낙 마음에 들고 편리하기에 일부러 애를 써서 외면하는 사람들, 효율과 편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소간의 불편을 생활로 끌어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농의 공부>, 조두진

 

텃밭을 일구는 것, 더 작게 보아서 작물을 하나 키우는 것은 일상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을 하나 더 늘어나는 불편함이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비효율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텃밭 일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해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고, 그 효과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텃밭에서 제철 작물을 가꾸는 것은 건강한 식문화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우리가 여름에 먹는 딸기, 겨울에 먹는 바나나는 너무나 맛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철이 아닌 과일을 소비함으로써 푸드마일리지는 늘어나요.


푸드 마일리지란 먹거리가 생산지에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말하는 것이에요. 먹거리의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화학 처리로 인해서 부가적인 환경오염이 발생해요.


집 근처 밭에서 우리 집 식탁 위까지만큼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것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에요. 요즘처럼 기상이변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병 들고, 아픔이 도사리는 세상에서 제가 사랑에 빠진 날씨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 가능하면 텃밭 운영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꾸준히 작물 하나는 키우려고 해요. 작물 하나 키움으로써 여러 가지의 장점을 수확할 수 있는데,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니! 비효율과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제가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결국 저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데, 내일은 배추와 무를 심어서 남은 4개월도 김장 채소 열심히 키우며 지금 누릴 수 있는 오늘의 날씨를 사랑하러 가야겠어요.



내가 키운 당근을 바라보는 당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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