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른도 처음이 두려워 도망치고 싶다.
d+10
운전연수를 받았다. 운전면허를 딴 지 1년 만에 운전대를 처음 잡았다. 연수를 받기 전 ‘죄송하지만, 연수 못 받을 거 같습니다.’ 문자를 보낼까 10번 넘게 고민했다. 운전을 못한다는 건 진작에 알았다. 운동 능력과 공간 감각이 원래 없었다. 31살이지만 처음 하는 운전은 나를 작게 만들었다.
엑셀과 브레이크는 구분해야 될 거 같아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갔다. 영상을 보니 손발이 더 차가워졌다. 무사히 동네부터 성산대교까지 돌고 왔다. 운전연수 선생님은 나이만큼 연수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30시간 넘게 받아야 된다니 진짜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운전면허를 따는데 거진 100만 원, 연수로 또 100만 원 나에게 운전이란 정말 값비싼 것이다. 30시간 받는다고 되는지도 의문이었다.
‘난 보조거울도 제대로 못 보고 코너도 못 도는데, 진짜 30시간으로 되나? 평생 운전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연수가 끝나고 종아리와 발가락이 쑤셨다. 처음 발레를 했을 때처럼 온 근육이 아팠다. 여기서 또 선택의 갈레이다. 100만 원을 들여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 연수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푸념하자, 친구가 웃으며 자기도 그랬단다. 그러면서, 잘 받아서 드라이브하면 기분이 다르다고. 100만 원으로 내가 그전엔 가보지 못했던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자동차라는 동력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운전해서 경기도, 강원도를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또 자동차와 연관된 각 종 정보들 (보험, 주차,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갖게 돼, 내 세상이 넓어진다면 100만 원은 저렴한 것이다.
지금 배우면 1년 뒤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다 운전 잘하는 20살도, 23살도 있겠지. 처음에 두려움이 생기는 건 30살이어도, 40살이어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이와 상관없다.
노년층들이 키오스크를 두려워한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산전산수 다 겪은 어르신들도 자기가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거겠지?
연수를 받겠다고 문자를 쓰며, 최화정 님이 유퀴즈에 나와 한 말을 생각한다.
“사람이 허리를 쫙 펴고 입꼬리를 쫙 올리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