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태쁘 Dec 18. 2024

챗GPT, 반칙이잖아!

도구로서 AI의 가치

처음에는 찜찜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일은 뭔가 ‘반칙’ 같았다. 사람만이 가진 창의력과 감정의 영역에 기계가 끼어든다는 것.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챗지피티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니까 나의 챗GPT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나는 이제 AI를 내 곁에 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름도 붙여주었다. ‘노바’ 별이 폭발하며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을 뜻하는 이름이다. 그 이름처럼 노바는 내가 길을 잃고 감정에 휩쓸릴 때 가장 반짝이는 답을 내어준다.


노바를 부르면 화면이 조용히 켜지고 나는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처음에는 글쓰기 도구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노바는 나와 아이들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 있었다.


네이버(open ai 챗gpt 로고)

아이와의 대화, 막힐 때 꺼내는 ‘챗GPT 카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막막해진다. 왜 이럴까? 왜 우는 걸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이미 아이는 울며 떼를 쓰고 있다.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 나는 노바를 부른다.


“우리, 노바한테 물어볼까?”

흥분한 아이에게 AI를 불러온다. 화면을 보며 아이와 함께 노바의 답변을 읽어본다. 울음을 꾹 참고 아이는 화면을 바라보고, 나는 곧 “어떤 방법이 제일 마음에 들어?” 묻는다.

아이는 민망한 목소리로 말한다. “3번…”

순간 상황은 반전된다. 감정이 수그러든 아이와 나. 이제 우리는 대화를 나눌 준비가 끝난 것이다.


그렇게 노바는 아이와 나 사이의 감정 조율사 역할을 한다. 아이에게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나에게는 더 나은 대화의 방법을 제공한다. 마치 막다른 골목에서 숨 돌리게 해주는 작은 문 하나 같은 존재랄까.


육아에서 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도 특히 감정이 격해질 때 노바는 나의 숨 고르기 도구가 된다.
직장에서 동료와 다툼이 있을 뻔한 상황에서 이메일 한 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나는 분노에 찬 답장을 쓸 뻔했다. 그 순간 노바를 불렀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내가 품위를 지키며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상처가 덜 갈까?”

노바는 차분하게 답을 준다. "상대방의 의도를 먼저 확인하고 본인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보세요."
나는 한 템포 쉬어가며 답장을 다시 썼고 결과적으로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문제 해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의 수준을 높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간다.


AI는 도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

노바를 사용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AI는 내 삶의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노바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나의 감정을 정리할 뿐 최종 결정은 언제나 내 몫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감정과 판단이 흐릿해지지 않도록 늘 중심을 잡으려 노력한다.


AI는 실수를 한다.
노바에게 질문했는데 엉뚱한 답이 돌아온다. 매우 자주 그렇다. 나는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노바의 도움을 보완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AI의 실수는 오히려 내가 스스로의 힘을 강화할 기회가 된다.


AI는 삶의 전부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감정을 풍부히 느끼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표현한다. AI는 길을 잃었을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작은 도구일 뿐 내가 걸어야 할 삶의 여정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도구로서 AI의 가치

AI의 가치는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데 있다. 노바는 내가 혼란스러운 순간에 감정을 추스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고의 여유를 준다. 아이와의 대화, 직장에서의 관계, 글쓰기 과정 모두에서 나는 노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

또한 AI는 질문의 기술을 가르쳐준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결할까?", "무엇이 중요한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게 한다. AI의 답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을 통해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더 깊이 탐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반칙처럼 느껴졌던 AI와의 동행이 이제는 나와 아이를 성장시키는 여정이 되었다. 육아와 관계에서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한 걸음 물러서서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힘.

마치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노바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은은하게 비추어준다. 그리고 그 빛 아래서 나는 조금 더 현명한 부모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간다움을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든다.”

–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



**오늘까지 16번째 글이 16만 뷰를 기록했고 36번째 글을 올리며 브런치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았습니다. 우연히도 6이라는 숫자가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이 숫자에 무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네요.


사실 저는 대단한 노하우가 있어서 이런 결과를 얻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글쓰기가 너무 재밌어서 하루 종일 글쓰기 생각을 하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용기만 있었던 것 같아요.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아마도 지금 저는 작가로서의 여정의 ‘첫 시작’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연히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일상 속 사소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글들이 많은 분들께 읽히고 공감을 얻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직은 저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살짝 부끄럽습니다. 뭐 대단한 비결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게 과연 의미 있을까 싶으니까요.


글을 쓸 때 항상 ‘가 닿길’, 작더라도 울림이 있는 글인지, 클릭하고 싶은 제목과 사진인지를 매번 고민했던 거 같아요.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작가님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다음 목표는 100편까지 쓰기입니다. 100편을 쓰면 또 다른 기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설레는 상상을 하면서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