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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에서 온 그녀, 타미 (2)

by 관새로이

어쨌든 이 날을 계기로 우리는 꾸준한 만남을 이어갔다. 자연스레 계속 톡을 주고받았고 시간이 맞을 때마다 보려고 노력했다.

타미는 거침없이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나 너 보고 싶어, 나 보고 싶어?"

"너 나 좋아해?"


중간중간 물어보기도 하면서 하트, 윙크 등 다양한 이모티콘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또 어느샌가부터 love, sweet, babe 등 나를 부르는 호칭도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같이 동거를 하자거나 여행 계획 등 나에게 아직은 어려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때도 있었다.


솔직히 타미의 속도에 따라가기에는 많이 벅찼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줄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함께한 시간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타미의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느낌보다는, 갑자기 타미 혼자 앞서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사랑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보다 오히려 낯설고 어색했다.


또 다른 타미에 대한 나의 마음을 가로막는 다른 문제들도 있었다.

처음 먹어봤던 아이리시 커피 with 타미

타미는 볼 때마다 다른 사람 같았다.
어떤 날은 잘 통하는 친구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어떤 날은 나에게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감이 늘 있었다.

어느 날은 모든 걸 제쳐두고 나를 만나러 와달라고 하더니, 다음 날엔 갑자기 깊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타미의 감정은 뭔가 순서가 없고 뒤섞인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아르헨티나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놨다.

점점 타미에게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고,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혼란스러웠다.


"걔 Red flog가 의심 돼.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브라질 사람이 열정적인 건 맞지만 일반적으로 보이진 않아."

나도 타미가 조금 특이하다고 느껴왔기에 그 말이 괜히 무섭게 들렸다. 혹시 나한테 집착을 하고 있는 걸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꾸 생각이 들자 타미를 더 경계하듯이 보게 되고 더 복잡해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한번 감정을 정리하고, 타미에게도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

다행히 타미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고, 나도 타미가 위험한 사람이기라기보단 그냥 내가 타미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거라고 결론지었다.

타미가 내게 줬던 펭귄 인형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훨씬 후련해졌다. 관계에 다시 희망이 보인 만큼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타미가 보내는 관심과 애정 표현에도 진심으로 반응하려고 하고 타미의 특별한 날, 꽃과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주기도 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또 내가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나 타미에게 말을 하면 좋을 것 같은 것들도 그때그때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며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제자리였고 결국 내 진짜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타미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 이 관계가 끝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타미와 자주 갔었던 펍

그러다가 어느 날, 타미는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타미가 먼저 말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그렇다고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마치 타미를 몰랐던 예전처럼 내 마음도 덤덤했다. 이런 내가 신기하면서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했다.

예전에는 너무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질 땐 찢어지게 가슴이 아팠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타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결국 우리 둘 다 같은 걸 느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짧았던 타미와의 만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미는 내겐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후회는 없다. 나 역시 진심이었고 단지 이렇게 끝내야만 했던 우리의 인연이 아쉬울 뿐이다.

타미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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