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 날을 계기로 우리는 꾸준한 만남을 이어갔다. 자연스레 계속 톡을 주고받았고 시간이 맞을 때마다 보려고 노력했다.
또 타미는 거침없이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나 너 보고 싶어, 나 보고 싶어?"
"너 나 좋아해?"
중간중간 물어보기도 하면서 하트, 윙크 등 다양한 이모티콘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또 어느샌가부터 love, sweet, babe 등 나를 부르는 호칭도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같이 동거를 하자거나 여행 계획 등 나에게 아직은 어려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때도 있었다.
솔직히 타미의 속도에 따라가기에는 많이 벅찼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줄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함께한 시간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타미의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느낌보다는, 갑자기 타미 혼자 앞서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사랑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보다 오히려 낯설고 어색했다.
또 다른 타미에 대한 나의 마음을 가로막는 다른 문제들도 있었다.
타미는 볼 때마다 다른 사람 같았다.
어떤 날은 잘 통하는 친구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어떤 날은 나에게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감이 늘 있었다.
어느 날은 모든 걸 제쳐두고 나를 만나러 와달라고 하더니, 다음 날엔 갑자기 깊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타미의 감정은 뭔가 순서가 없고 뒤섞인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아르헨티나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놨다.
점점 타미에게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고,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혼란스러웠다.
"걔 Red flog가 의심 돼.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브라질 사람이 열정적인 건 맞지만 일반적으로 보이진 않아."
나도 타미가 조금 특이하다고 느껴왔기에 그 말이 괜히 무섭게 들렸다. 혹시 나한테 집착을 하고 있는 걸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꾸 생각이 들자 타미를 더 경계하듯이 보게 되고 더 복잡해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한번 감정을 정리하고, 타미에게도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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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타미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고, 나도 타미가 위험한 사람이기라기보단 그냥 내가 타미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거라고 결론지었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나니 마음이 훨씬 후련해졌다. 관계에 다시 희망이 보인 만큼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타미가 보내는 관심과 애정 표현에도 진심으로 반응하려고 하고 타미의 특별한 날, 꽃과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주기도 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또 내가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나 타미에게 말을 하면 좋을 것 같은 것들도 그때그때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며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제자리였고 결국 내 진짜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타미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 이 관계가 끝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타미는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타미가 먼저 말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그렇다고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마치 타미를 몰랐던 예전처럼 내 마음도 덤덤했다. 이런 내가 신기하면서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했다.
예전에는 너무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질 땐 찢어지게 가슴이 아팠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타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결국 우리 둘 다 같은 걸 느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짧았던 타미와의 만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미는 내겐 어려운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후회는 없다. 나 역시 진심이었고 단지 이렇게 끝내야만 했던 우리의 인연이 아쉬울 뿐이다.
타미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