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더 이상 학교에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어왔던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한 이상 한 가지 다짐을 해야 했다.
학교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지낼 것.
내성적인 성격의 나로선 아이의 학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학교행사 참여와 학부모들 간의 돈독한 관계 맺음은 깊은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학부모 OT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던 나.
오롯이 혼자라 생각하던 찰나 우연히 같은 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를 알게 되었고,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우리는 만났다. 첫 만남을 갖기까지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아는 사람 한 명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것. 서로의 호감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관계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둘이 만났던 모임은 넷이 되었다. 어색한 분위기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금세 편안해지고 서로 말이 잘 통했다. 아군이 생긴 것처럼 든든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사 온 후로는 일부러 관계를 만들지 않았었다.
그 관계들이 허무했고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상처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코로나가 닥쳤던 그 상황은 모두에게 힘겨웠지만 나의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적당한 도움을 주었다. 순간순간 외로움도 찾아왔다. 하지만 그 감정 노동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고, 홀로서기도 제법 익숙해진 지금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이미 우리 학교는 여러 행사와 모임들로 분주하다.
아직까지도 어색한 분위기에 쭈뼛쭈뼛 주위를 겉도는 나이지만 시간의 힘을 믿어보련다. 새로 만난 인연들에게 힘을 얻고 용기도 얻는다.
예전보단 단단한 내가 되었다 믿어본다.